"'자갈치'…있으세요?" <이동숙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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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있으세요?" <이동숙 수기>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9.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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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산에서의 두 번째 휴일이다.

주인 할머니께서 "자갈치역"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고 하셔서 나는 전철에 몸을 실고 "자갈치역"으로 향했다.

"자갈치"란 말 듣는 순간부터 나는 어류중의 한 종류의 이름 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자세히 묻지도 않고 "자갈치"가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 애 시장의 이름으로 지명 됐는지 궁금하여 무작정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자갈치역"에 도착한 나는 궁금증부터 풀려는 욕심으로 볼거리가 많다는 "국제시장"을 뒤로 하고 먼저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한국에서 가장 큰 생선 시장이며 남포동 남항의 바닷가에 있다고 한다.

이 시장에는 과연 할머니에게서 듣던 바와 같이 신선한 생선들이 많았다.

전어. 연어. 민어. 적어. 가오리. 도미. 돔. 무스…대구 그 밖에 이름 모를 생선들이 자기의 몸 값 흥정을 기다리면서 가지런히 진열하여 있었다.

비록 시장은 크지만 불경기의 한파로 인해 손님보다 장사꾼이 더 많아 북적 거려야 할 시장은 서늘했다.

나는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가면서 이름 모르는 생선들을 하나하나씩 짚어 가면서 물어 보았다. 하지만 "자갈치"란 이름을 가진 눔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생선 종류를 제일 많이 진열한 50대 주부 상인 아주머니 앞으로 다가 가서 조용히 물었다.

"안녕하세요? <자갈치> 있으세요?"

"<자갈치>는 없어도 갈치는 있어 예에." 옆에 서 있던 바깥주인이 안주인 대신 웃으면서 대답 해 주었다.

"<자갈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데요.…어디로 가면 볼 수 있으세요?"

"<자갈치>란 눔은 없는데 웬 <자갈치>를 본 다구 그래 예에 허 허 허..."

"그럼 <자갈치>란 물고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다는 말씀이세요?"하고 나는 의아 적게 물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넉살 좋게 히죽이 웃는 것이었다.

"어디서 오셨슈?"

"저~ 먼데서요. 비행기 타고 왔습니다."

"쭝국이 예에...조선족은 같은 민족이 아이가? 허허허…마침 잘 오셨어예. 요즘은 연어 철이여서 연어가 아주 맛있단께."

아저씨는 얘기하면서 조리로 물속에서 노닐고 있는 연어 몇 마리를 건져냈다.

"죄송합니다. 전 생선 사려고 시장에 나온 거 아닙니다."

나는 나에게 팔려고 그러는 줄로 알고 재빨리 손사래를 저어댔다. 집 없이 떠도는 나에게는 연어 아니라 그 어떤 생선을 주어도 무용지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아저씨는 모르시고 나의 말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팔딱팔딱 뛰는 연어 6마리를 검정 비닐에 넣어서 나의 앞에 내 밀었다.

"자. 공짜니 사양하지 마소. 회를 해도 맛있고 졸여도 맛있는데 그 맛이 아주 그냥 죽여 준다 아임까."

"고맙습니다. 전 한국에 집이 따로 없어서 주셔도 해 먹을 수 없습니다. 그 마음만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 진심으로 감사 드렸다. 비록 몸집이 작은 연어 6마리이지만 마치 친 오빠가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 같아서 나의 마음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어 그 동안 부산에서 외롭게 보내면서 얼어 버렸던 마음을 순식간에 봄눈처럼 사르르 녹여 주었다. 다시 풀려난 연어도 물 속에서 상인의 인정미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찬미하듯 미끄러지면서 춤을 추어 댔다.

조였던 마음이 풀리자 나의 궁금쯩을 풀려는 욕심은 더 강해졌다.

"저기요…아무리 생각 해 봐도 궁금한데요.…<자갈치>란 물고기가 없는데 이 시장의 이름을 왜 <자갈치>라고 지었습니까?"

"허. 허. 허. "자갈치"에 대한 집착이 세군요. 그것은 1945년 광복 후에 시장이 형성 되였는데 당시에는 남포동 시장이라고 불렀데유. ‘6.25 전쟁’이후 자갈밭에 있었던 시장이기에 자갈밭과 곳, 장소를 나타내는 처(處)가 경상도 사투리 치로 발음하게 되어 이 시장의 이름 자갈처가 자갈치로 되였다고 한다 아임까."

"네. 그런 유래가 있었군요."

상인의 따뜻한 사랑을 한 몸에 지니고 작별 인사 마치고 돌아선 나는 자세히 알아 보지도 않고 존재 하지도 않는 "자갈치"를 찾아 4~50십분 가량 찾아 헤맨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피씩" 웃어 버렸다. 실로 상 바보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아니 지금도 왠지 "자갈치"란 물고기가 바다의 깊숙한 어느 한 구석에서 무리를 지어 노닐고 있다가 마치 방금 전 상인에게서 발견된 따뜻한 민족심 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 짜잔 하고 시장에 나타 날것만 같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또 다른 "세계"로 발걸음을 다그치면서 나만 외 고집하는 "자갈치"에 대해 혼자 말도 안 되는 말로 중얼대 봤다.

갈치, 멸치, 참치, 가물치, 모래무치도 있는데 설마 "자갈치"가 없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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