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IMF 때와 흐름 비슷
40대 중후반 남성 응모작 많아
사회성 짙은 소재 주류 이뤄
자살·노숙자·실업 … 핍진한 삶 고스란히

![]() | ||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응모작들을 놓고 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안도현 시인, 김종해 시인, 현기영 소설가, 정찬 소설가, 유재영 시조시인, 구모룡 평론가, 유지나 평론가, 강은교 시인. 정대현 기자 jhyun@ |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의 풍경은 스산하고 음울했다. 생존이 가장 절박한 질문이 된 지금, 신춘문예 응모작들도 힘겨운 현실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단편소설(심사위원 현기영 정찬 정인 함정임·143명 150편 응모)에선 죽음과 죽어감, 베르테르 효과를 떠올리게 하는 자살, 노인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일자리 문제를 화두로 잡은 작품도 종종 눈에 띄었다. 특히 노인 문제는 절박한 생존 문제에 내몰린 젊은 세대에겐 무거운 '짐'이란 첨예한 사회적 논란거리로 작품에 형상화됐다. 최종심에 올랐던 7편 중 2편이 도둑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건 허덕이며 살아가는 핍진한 삶의 또다른 그림자일 터. 40대 중후반으로 짐작되는 남성들의 응모작이 꽤 많았는데, 명퇴와 실업이란 생의 절박함을 기록하는 도구로 소설이 사용된 것으로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욕망의 꽃이 이미 거품이 된 이 음울한 시대에 대한 천착은 단편소설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청년실업과 코시안, 노숙자, 심지어 영어몰입교육까지 시제로 등장했던 시(심사위원 김종해 강은교 안도현·478명 2천300편 응모)도 그랬다. 시조(심사위원 유재영·76명 312편 응모)도 노숙자와 경기불황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수필(심사위원 박양근·198명 683편 응모)도 하층민의 삶이나 노인, 청소년 문제 같은 사회성 짙은 소재들이 많았다. 희곡(심사위원 김문홍·54명 57편 응모)은 살아감의 애잔한 슬픔을 처절한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한 당선작이 돋보였다.
아동학대, 장애우, 결손가정, 재개발 보상문제 같은 현실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건 동화(심사위원 배익천·117명 137편 응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사위원들은 IMF라는 초유의 경험을 했던 10년 전 신춘문예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한국해양대와 공동주최하는 해양소설(심사위원 남송우 황국명·17명 17편 응모)도 기름유출로 인한 바다오염이나 다인종으로 구성된 선원들의 문제, 역사를 담지하고 있는 바다 등 현실과 무관치 않은 소재들이 채택됐다. 동시(심사위원 선용·223명 1045편 응모)는 깊은 사색을 구하는 응축된 이미지의 시보다는 친절하게 풀어쓴 이야기가 있는 시가 많았다.
평론(심사위원 구모룡 유지나·15명 16편 응모)은 젊은 작가들을 다루는 경향이 많았고, 때문에 글쓰기가 더 내밀하고 구체적이었다.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에는 9개 부문에 1천321명이 4천717편을 응모해 지난해 1천254명 4천157편보다 다소 늘었다. 지역별로는 부산 378명, 서울 214명을 비롯해 전국을 망라했고, 미국 9명을 비롯해 인도 코스타리카 등 바다를 건너 응모한 작품도 꽤 있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선상에서 보내온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작품도 있었다. 네잎클로버를 정성껏 붙여온 응모자도 있었는데,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독자들께 희망의 네잎클로버를 보낸다.
부산일보 이상헌 기자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유럽 려행기 30] 괴테생가, 서유럽여행 감수[서유럽 려행기 30] 괴테생가, 서유럽여행 감수
-
[서유럽 여행기 29]프랑크푸르트 대성당과 괴테생가[서유럽 여행기 29]프랑크푸르트 대성당과 괴테생가
-
서울 서남권 동포·다문화커뮤니티, 『동포·다문화정책 성과 평가와 21대 총선과제』 긴급 간담회 가져서울 서남권 동포·다문화커뮤니티, 『동포·다문화정책 성과 평가와 21대 총선과제』 긴급 간담회 가져
-
[대림칼럼㉗]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대림칼럼㉗]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
-
[수필]엄마의 술, 외1편[수필]엄마의 술, 외1편
-
[칼럼]코로나19와 『차이나모델』[칼럼]코로나19와 『차이나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