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 <우광훈의 장편연재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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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痕迹) <우광훈의 장편연재 27>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8.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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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기나긴 테널을 지나오는 과정이라고 창호는 생각했다. 어둠속에서 갈팡질팡 하면서도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 외로운 어둠에서의 탈출이라고 생각했다. 캉아저씨의 림종을 눈앞에 두고 창호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슬픔보다 생각이 더 많았다. 그리고 해답이 없는 질문을 수없이 해보았다. 무엇때문에? 무었때문에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하는, 너무나 심오하고 심각한 문제를 심각해질수 없는 순간에 하고있었다.

캉아저씨는 집으로 돌아오자 병원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져보였다. 죽도 조금 먹었고 리후이가 깍아주는 사과도 몇쪽을 먹었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들었다.

<<괜찬을것 같으니 오빠 회사에 가봐.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할게.>>

집이였고 캉아저씨가 잠들었기에 창호로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이틀동안 회사에 가보지 못해 근심이 안되는것도 아니였다. 인순이가 있다지만 다 맡기고 있을수는 없었다.

<<글쎄, 괜찬아보이기는 하는데, 그럼 나 갔다가 올게. 급한 일 생기면 인차 소식을 전해.>>

<<가봐, 오빠 수고했어. 고마워.>>

리후이의 말에 창호는 곱게 눈을 흘겼다.

<<바보같이, 고마워가 뭐니? 마치 남한테처럼.>>

리후이가 과장되게 한숨을 푸 내쉬였다.

<<오빠처럼 편한 남자 만나면 결혼도 해야겠다...>>

<<정신빠진 소리, 지금 롱담이 나가니?>>

창호는 회사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별탈은 없었다. 평범한 일상의 하루와 같았다. 영업은 근심할 정도로 안되는것이 아니였고 잘되여서 흐믓할 정도도 아니였다. 뭐 그렇고 그러했다.

창호는 노래방으로 해서 식당으로 가보았다. 저녁영업을 준비하느라고 주방에서는 그릇들을 떨꺽거리고있었지만 복무원들은 한가하게 한담을 하거나 마늘을 바르거나 채소를 다듬고있다가 창호가 들어서는것을 보고 모두 인사를 했다.

<<어디 갔댔어요? 이틀간 보이지 않더군요.>>

주방아줌마가 물어왔다. 창호가 막 대답을 하려는데 회오리바람처럼 레이훙이 나타났다.

<<렴경리!>>

뛰여왔는지 얼굴에 홍조가 피여있었고 참새처럼 할딱거리고있었다.

<<어디 갔지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기에 전 출장이라도 간줄 알고있었잖아요.>>

레이훙을 보자 이틀전에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창호는 옆에 와서 응석을 부리고싶은지 맴도는 레이훙의 어깨를 가볍게 밀쳤다.

<<어데 갔댔니?>>

<<아니요, 노래방 청소를 돕고있다가 렴경리가 오셨다니까 뛰여왔어요.>>

유니폼을 입은 레이훙의 몸매가 탄력이 있어보였다. 산토끼처럼 어느 순간에 툭 하고 튀여날것 같았다.

<<너 옷 갈아입고 와. 약속을 지킬게.>>

레이훙은 눈을 깜빡거렸다.

<<약속? 무슨...>>

창호는 맑갛게 티없는 레이훙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잊었니? 그저께 한 약속인데? 정신 귀신 빼물어갔어?>>

그제야 생각이 나는지 레이훙은 창호의 팔에 매달렸다.

<<아아, 알았어요. 전 렴경리가 입을 싹 씻는줄 알았는데... 저 혼자요?>>

<<물론 혼자지. 너하고만 한 약속이니까...>>

레이훙은 좋다고 아양을 떨다가 갑자기 정색해졌다.

<<근데 저녁 출근은 어쩌구요?>>

<<괜찮아. 손님도 많지 않은데 인순경리하고 내가 말해놓을게. 그리고 그잘난 양뀀 뭐 열시간 먹겠니?>>

양고뀀구이집은 때가 이른탓에 손님이 몇 없었다. 창호네 맞으편 몇상 건너에 삼십대중반의 사내들 몇이 목소리를 높여 떠들며 맥주를 마시고있었고 옆상 하나 건너서 부부커플은 같지 않은, 륙십대 중반의 로년신사와 륙십대쯤으로 보이는 로친이 덕지덕지 화장을 하고 무어라고 소근거리고있었다. 아마 무도장의 커플인듯싶었다. 초중정도나 되였을가 말가한 남자복무원이 다가와 지란(芝蘭)과 고추가루, 참깨를 섞은 양념과, 양파, 마늘, 고추장을 담은그릇을 상우에 놓았다.

<<무얼 드시겠습니까?>>

애숭이 복무원의 눈길이 레이훙의 눈에서 창호에게로 옮아갔다. 순간적으로 적의같은 찬빛이 스쳤다. 아마 돈많은 남자와 젊은 애인쯤으로 생각했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창호는 그런데 신경쓸만한 심경이 아니였다.

<<레이훙, 오늘은 내가 약속을 지키는거니까 먹고싶은건 다 청해도 돼. 다만 이 양고뀀집을 사가지고 가겠다면 곤란하지만.>>

레이훙은 복무원이 내미는 메뉴를 받지도 않고 말했다.

<<양뀀 스므개, 심줄 열개, 깨기름에 찍어먹는 생간 한접시, 닭똥집 열개, 메추리 두개, 그리고... 그리고...>>

레이훙은 창호를 보며 주저주저했다.

<<뭐니? 먹고싶은거면 무어나 해. 뭘 먹고싶은데 그렇게 쭈물거려?>>

레이훙이 얼굴을 붉히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저씨 웃지 마세요?>>

<<음식 청하는데 뭐가 웃어? 뭐야? 기다리고있잖니...>>

레이훙이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복무원에게 말했다.

<<폭탄... 두개.>>

애숭이복무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날렸고 창호는 그만 푹 하고 소리를 내며 웃어버렸다.

<<폭탄? 너 그거 먹니?>>

레이훙은 얼굴을 빨갛게 태우며 고개를 숙였다. 긴 머리가 가슴으로 쳐졌다.

<<봐요, 웃지 않는다고 해놓고선. 나 그럼 부끄럽지 않아요...>>

폭탄이란 양고기뀀집에서 양의 고환을 이르는 말이였다. 양불알이라거나 뭐 그렇게 비슷하게 부르면 손님들이 청하기 쑥스러워할가봐 만들어낸 이름이였다. 폭탄이라면 남자들은 양기를 돕는다고 스스럼없이 찾았지만 녀자애가 기어이 먹고싶다는데는 실소를 하지 않을수 없었다. 창호가 웃은것은 골려주고싶어서가 아니라 아무튼 녀자가, 그것도 젊은 녀자애가 그런것을 찾는다는데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폭탄이라고 지은 이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긴, 다 먹는건데. 녀자애가 청하니까 좀은 엉뚱한데가 있어서 그러는거야. 먹고싶으면 먹어야지. 먹어본 모양이구나?>>

레이훙은 상기된 얼굴을 들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번에 영애언니랑 먹어봤어요. 영 맛있더라구요. 고소하고...>>

<<그랬어? 그럼 많이 먹어라. 먹지 못하면 디룽디룽 매여가지고 가지?>>

말해놓고 창호는 자기도 우스워서 쿡쿡 웃었다. 레이훙이 몸을 움츠리며 창호를 흘겼다.

<<아저씨도 그런 롱담을 해요?>>

<<이크, 네가 숙녀인걸 잊었구나. 미안하다?...>>

창호는 우울하던 기분이 돌아서고고있음을 느꼈다.

양고기뀀이 오자 창호는 숱불에 양고기를 구웠다. 그러는 창호를 말끄럼히 쳐다보던 레이훙이 불쑥 물었다.

<<아저씬 언제 결혼하셨어요?>>

창호는 당돌하게 묻는 레이훙을 묻는 눈길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왜? 너한텐 그게 궁금한 문제니?>>

레이훙은 홀랑 혀를 내밀었다.

<<아니요. 묻고싶어졌어요. 련애결혼이세요?>>

물음이 점점 더 당돌해졌다. 창호는 무엇인가를 읽으려는듯 레이훙의 깜박거리는 까만 눈을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레이훙이 눈을 내리깔았다.

<<왜 그렇게 보세요? 이렇게 물으면 안돼요?>>

창호는 레이훙의 물음의 저의를 깨달을수 없었다.

<<뭐라고 할가? 난 너희들이 리해할수 없는 세대야. 그런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지. 련애결혼? 그렇다면 그렇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거다.>>

레이훙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지꿎은 표정을 만들었다.

<<어디 그런 말이 있어요? 련애해서 결혼이면 련애결혼이고 중매면 중매결혼인거잖아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저것도 이것도 옳다는 말이 있어요? 아저씨, 저 어린애가 아니얘요.>>

창호는 과거라는, 그 이상하고 뒤틀린 시대상을 그 시대를 살아오지 않은 상대에게 알아듣게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는걸 알고있었다. 설복력있게 설명하려면 너무나 많은 말이 필요했고 따스함으로 느낄수 없는 자기의 결혼을 두고 어린 녀자애앞에서 들먹이기도 싫었다.

<<아무튼 그렇게 된거야. 이야기해보아야 너 알아들을수도 없고... 자 양고기가 익었다. 이제 먹어...>>

창호는 맥주병을 들어 레이훙의 잔에 부었다.

<<너 술 마시니?>>

레이훙은 잔을 받으며 대답했다.

<<조금요, 아저씨하고라면 더 마실지 몰라요.>>

창호는 레이훙의 말속에 담겨있는 다른 뜻을 얼핏 느꼈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속이 뜨끔 했다.

<<그럼 마셔봐. 취하면 이달 장금 취소야.>>

창호는 직원과 상사사이라는것을 레이훙에게 상기시키려는 속내가 있었다. 그러나 레이훙은 그런 뜻을 리해하지 못했는지 생글 웃으며 잔을 들었다.

<<아저씨 건강을 위하여!...>>

몇잔을 마시자 레이훙의 얼굴이 발갛게 술기운이 올랐다. 맛나게 먹는 레이훙을 바라보는 창호는 측은한 마음이 돋아올랐다. 얼마 안되는 월급을 받아서 객지에서 혼자 살기는 힘들것이였다. 더구나 녀자애여서 화장품 사고 옷 사고 하면 그 월급은 왕창 부족일것이였다. 부성의 마음이라 할가? 그런 정감이 가슴 한가득 들어왔다.

<<천천히 먹어. 누가 빼앗지 않으니까...>>

레이훙은 그제야 혼자서 짭짭 먹고있었다는것을 느끼고 양꿰꼬치를 들어 창호에게 내밀었다.

<<아저씨도 드세요? 저 혼자만 먹고있었네요.>>

레이훙은 부끄러운지 어깨를 움츠리며 입술을 빨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창호의 머리속에서는 카이란의 모습이 섬광처럼 비껴지났다. 순간이였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도 확실하고 뚜렸하였다. 창호는 레이훙에게 카이란의 그림자가 있다고 느껴졌다. 눈? 코? 어딘가 그의 그림자가 있는것 같았다. 어디라고 찍어 말할수는 없었지만 그 느낌은 그토록 확연하였다.

<<왜 그렇게 보세요?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창호는 무슨 착각에 빠진거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가볍게 한숨을 쉬였다.

<<아니, 너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래. 관계 말고 먹어.>>

<<전 아저씨가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니까 얼굴에 뭐가 묻었는줄 알았잖아요.>>

창호가 두병째 맥주를 땄다. 폭탄이라고 부르는, 양의 고환이 익어서 노랗게 되였지만 레이훙은 그것에 손을 가져가지 않았다. 창호는 레이훙이 무엇해서 그럴거라는걸 느끼고 그것을 들어 레이훙에게 내밀었다.

<<어서 먹어. 좀 있으면 다 타서 재가 되겠다. 먹자고 청한거 아니니?>>

레이훙은 그것을 받고는 입술을 오므리며 목을 움츠렸다.

<<먹어도 돼요? 웃지 말아요?...>>

창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웃기는 왜 웃어? 먹으라고 파는건데.>>

<<그럼 먹을게요.>>

레이훙은 목을 움츠린 그대로 양고환을 입에 가져가 한입 떼여서는 야금야금 씹었다.

<<맛 있어요. 아저씨도 드세요.>>

한동안을 먹고나서 레이훙은 배가 부르기 시작했는지 먹는것을 멈추었다. 저쪽 젊은 사내들의 상에서는 금방까지 마작을 놀다가 왔는지 얼툐우요, 빙즈요 하면서 떠들고있었다. 로인신사와 그의 커플은 무엇이 좋은지 싱글싱글 분위기가 무르익어있었다. 레이훙은 티슈로 입을 닦고는 말끄럼히 창호를 바라보고있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 있어요?>>

갑자기 물어온 물음이라서 창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되물었다.

<<일이라니? 갑자기 그렇게 보이니?>>

레이훙은 머리를 갸웃하고 눈을 깜빡거렸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우울해보여요. 때로는요, 아저씨 많이 슬퍼보일 때가 있어요. 약해보이고. 그럴 때면 전 아저씨는 마음에 상처가 깊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창호는 다시 한번 레이훙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내게 그런 모습이 있었던가? 사실 다른 사람은 이런 말을 한적이 없었다. 슬퍼보인다 라는 말은 레이훙이 처음이였다. 녀자애의 예민한 감수성때문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창호는 쓸쓸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래? 난 모르고있었는데? 왜 그렇게 보였을가?>>

<<글쎄요. 아저씨가 생각에 잠길 때면 꼭 그렇게 보여요. 아저씨 상처 있는거 맞죠? 저 감각은 틀림이 없었어요. 전 어릴 때부터 그냥 집에 혼자 있었어요. 엄마가 출근하고나면 전 집에서 혼자서 놀았지요. 엄마가 돌아오거나 집에 누가 올거라는 느낌이 있을 때면 틀림이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도 놀랄 때가 많았어요. 아저씨 지금 상당히 마음 아픈 일이 있는것 같아요. 글치요?>>

창호는 레이훙의 텔레파시나 예감력에 놀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혼자서 있었다는 말이 더 가슴에 걸렸다.

<<너 그럼 아주 외롭게 자랐구나? 근데도 아주 명랑하고 당당하니 다행이구나. 엄마가 힘드셨겠다. 혼자서 널 키우고 이렇게 교양을 한것을 보니 참 훌륭한분인가봐.>>

<<엄마는 강하신 분이였어요. 그리고 엄격하셨고... 근데 아저씨 저의 말에 대답을 안하셨어요.>>

레이훙은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다. 창호는 캉아저씨의 이야기를 하려다가 먹는 자리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싫었다.

<<아니야, 네가 그렇게 보아서 그런거야. 어서 먹어.>>

그러면서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고향이 흑룡강이라 했지?>>

<<네. 그곳에서 태여났으니까요.>>

<<그럼 왜 어릴 때 할아버지나 외가집가 가있지 않았니? 외로웠다면서.>>

레이훙은 눈을 깜빡깜빡 했다. 그러면서 머리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전 어릴 때부터 혼자였어요. 그리고 다니는 친척도 없었어요. 엄마도 외가집이나 친가집에 대해서 이야기한적도 없었고. 물은적 있지만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창호는 오 하고 한마디 했다. 깊은 사연이 있는 가정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가정 일을 캐여묻는다는건 남의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될것이였다. 창호는 맥주잔을 들었다.

<<자, 이제부터 좀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자. 맥주 마셔. 취해도 벌금을 하지 않을테니까 재간대로 마셔봐.>>

레이훙은 맥주잔을 들고 창호의 잔에 부딪쳤다.

<<취하면 아저씨 책임질래요?>>

<<그래, 맘껏 마셔봐.>>

창호도 취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캉아저씨의 병시중을 하느라고 힘들었던것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많이 피로했다.

<<나 술 마시고싶어졌다. 너도 마셔라.>>

생각보다 레이훙의 주량은 만만하지 않았다. 맥주 세병을 마시자 창호는 취기를 느꼈지만 레이훙은 얼굴만 붉어졌을뿐 의식은 또릿또릿 했다.

<<너 술 장군이나? 난 취할것 같은데...>>

<<아저씨하고라면 취할것 같지 않은데요 뭘...>>

또 두병을 마셨다. 이제 더 마시면 취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캉아저씨가 마음에 걸렸다. 갑자기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하는 위구심이 들었다. 캉아저씨 생각을 하자 한동안 달아올랐던 기분이 다시 갈앉았다.

창호를 바라보는 레이훙의 눈이 빤짝빤짝 했다. 가벼운 취기가 풍겨왔다. 갑자기 레이훙이 창호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아저씨, 저 한가지 말해도 돼요?>>

레이훙의 눈길이 이상했다. 창호는 가볍게 넘겨버리며 대답했다.

<<뭔데? 누가 말하지 말라고 하진 않았잖아? 아무 말이나 해. 다 들어줄게.>>

레이훙은 동안을 머리를 숙이고있다가 입을 열었다. 힘들어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아저씨.>>

<<왜?>>

레이훙은 입술을 감빨았다.

<<아저씨, 저 아저씨 좋아해요.>>

<<!?...>>

<<아저씨만 옆에 있으면 왜서인지 기분이 좋아요. 날것만 같아요. 그냥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다니고싶어요.>>

창호는 숨이 턱에 닿는것 같았다.

<<너 무슨 소리야?!>>

레이훙의 얼굴은 진지했다.

<<아저씨가 좋아요. 이 말이얘요. 알아들었죠?>>

레이훙의 눈이 촉촉히 젖고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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