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임금이 20% 이상 삭감되거나 2개월이상 체불된 때를 제외하고는 사업주의 동의없이 근무지를 변경할 수 없게 하는 등 사업주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고용허가제의 독소규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21일 정부의 합법화 조치 이후 임금체불 및 폭행 피해 등을 호소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건수가 올들어 3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노협 관계자는 “합법화 이후 신분이 안정돼 피해사례 신고건수가 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고용허가제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며 임금을 20% 가까이 낮추거나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야근강요,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노협에 따르면 2001년 2월 연수생 신분으로 입국,용접일을 해온 중국동포 천철범(40)씨는 산업재해로 안구건조증과 결막염에 걸려 더이상 용접일을 할 수 없게돼 다른 직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회사 사장의 반대로 이직을 못하고 있다. 천씨가 그만둘 경우 용접공 일손이 모자라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천씨는 용접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병원진단서를 가지고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찾아갔으나 직원으로부터 “사정은 딱하지만 사장이 이직신청서에 도장을 찍어줘야 이직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수원의 A공장에서 일했던 인도네시아인 안드리(34)씨는 지난 1월 월급이 80만원에서 50만원으로 40%나 깎였다. 업주는 하루 4시간씩 야근을 시키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일하면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해 안드리씨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한달 내내 일했으나 고작 받은 돈은 68만원에 불과했다.
안드리씨는 불만을 토로하며 회사를 옮기려고 했지만 사장은 근무처 변경에 대해 동의하기는커녕 안드리씨를 폭행한 뒤 해고시켜 결국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서울 성수동 양말공장에 근무하는 태국인 찬드라씨는 이달초 공장에 불이 나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지만 사장이 고용변동신고서를 작성해 주지 않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노협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외견상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많은 권리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임금을 깎이고 가혹행위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견디다 못해 직장을 이탈,불법체류자 신세로 돌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