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법’개정…얻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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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법’개정…얻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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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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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중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3월5일 공포됐다. 이로써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동포 중 구 소련지역 고려인동포와 중국동포도 법적인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재외동포법의 개정으로 인해 동포들 사이에서는 자유왕래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외동포법이 공포된 이후로 본 법으로 혜택을 본 동포는 거의 없다.
일부 동포 관련 단체들이 지난해 말 한국기독교계 기관 건물에서 동포들과 함께 80여 일간 점거농성을 하면서 관철시킨 개정 법률이 이제 공포된 마당에 보니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동포들은 실망에 앞서 어리둥절하다. 과연 재외동포법 개정의 의미는 무엇이었으며 그것은 진정 ‘조선족동포사회 문제의 올바를 해법 이었는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재외동포법이 개정되면 모든 동포 문제가 해결되는가?

김해성 목사(중국동포의 집), 임광빈 목사(조선족복지선교센터)등 재외동포법 개정 운동을 진행한 쪽에서는 재외동포법 개정이 동포문제 해결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해결법이라고 보았다.
지난 1월 7일 ‘재중동포문제의 해법에 관한 공청회’에서 임광빈 목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중동포들의 요구는 자유왕래이며 재외동포법의 평등한 개정만이 유일한 대안이다”고 밝히면서 재외동포법 개정을 강력히 역설하였다. 즉 재외동포법에서 중국동포를 인정만 한다면 동포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재외동포법 개정의 중요한 쟁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전 재외동포법 2조 2항에서는 “大韓民國의 國籍을 보유하였던 者 또는 그 直系卑屬으로서 外國國籍을 취득한 者중 大統領令이 정하는 者(이하 ‘外國國籍同胞’라 한다)”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적은 1948년 정부수립을 시점으로 보고 그 이후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동포로 인정하여 혜택을 주었다. 이에 대해 동포 유관단체들은 중국동포를 배제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으며 헌법재판소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려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이 진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본법 2조 2항 자체는 중국동포들도 인정한다고 볼 수 있으며 문제가 된 것은 시행령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명시 받은 자로 동포의 범위를 한정시킨 것이라고 보고 시행령을 개정하는 쪽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 등은 본법 2조 2항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고 시행령만 개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것이다.
황윤성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인 2003년 10월 2일 언론을 통해 조선족복지선교센터, 중국동포의집 등 일부 단체가 제기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밝혔다.
첫째, 재외동포법 제2조의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에는 정부 수립 전 이주동포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대법원은 96년 11월 “조선인을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 하여 출생한 자는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에 의해 조선 국적을 취득했다가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시한 것은 정부 수립 당시 국내외에 있던 모든 조선인은 일단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고, 법무부도 ‘중국동포 국적 업무처리 지침’에서 ‘한반도 및 그 부속 도서에서 출생하여 중국으로 이주한 자’는 귀화 허가 대상자가 아닌 국적회복 허가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 시행령만 개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법무부가 시행령만을 개정하려는 것은 법 제2조에는 정부수립 전 이주 동포가 이미 포함돼 있어 차별적 내용이 없고 정부수립 시점에 따른 차별적 요소가 규정된 곳이 바로 시행령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F-4 체류자격의 수혜범위를 직계 비속 2대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F-4 체류자격에는 2년 체류 기간이 무한 갱신될 수 있는 파격적 특혜가 주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동포와 내국인과의 형평성에 비추어 합리적인 제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째, 일부 국가의 동포에게 신청시 소명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추가 제한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F-4 체류자격으로 단순노무에 종사할 수 없다는 제한은 종전의 규정이나 이번에 새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적용 대상의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 양산과 노동시장 교란 등의 문제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다섯째, 동포임을 입증하는 서류로 호적등본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에 대하여 DNA 검사로도 입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호적이라는 공부(公簿) 이외에 공신력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움을 지적하며 다른 입증방법에 대해 검토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재외동포 비자(F-4)는 왜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인가?

한편, 법무부는 불법체류율이 50%가 넘는 20개국 국적 동포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적용해 F-4를 부여할 방침이어서 재외동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 조선족동포나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동포 등은 사실상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재외동포법개정 운동을 진행해 온 조선족복지선교센터(임광빈 목사), 중국동포의 집(김해성 목사) 측은 ‘불법체류 조선족동포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 ‘조선족동포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전면적인 F-4 체류자격의 부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우선 조선족동포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은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할 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이는 앞으로의 불법체류자 관리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될 수 있고, 합법화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정부의 취지에도 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입국자 중 불법체류자의 비율이 89.3%에 달하는 조선족동포에 대해서는 불법체류자의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F-4 비자의 발급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하는 것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외동포(F-4)의 체류자격을 얻기 위한 첨부서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중 개정령안에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첫째, 호적등본, 제적등본 기타 본인이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둘째, 외국국적을 취득한 원인 및 그 연월일을 증명하는 서류. 셋째, 불법체류자 다발국가에 한하여 연간 납세증명서, 소득증명서 등 체류기간 중 단순노무행위에 종사하지 아니할 것임을 소명하는 서류. 넷째, 기타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서류. 위의 첨부서류를 살펴보면 일반 조선족동포에게 F-4 비자를 취득하는 것은 요원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법무부가 국가별로 적용하는 지침을 살펴보면 F-4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0만불 이상 투자한 회사의 임직원 ▲연간 수출입 실적이 50만불 이상인 회사의 임직원 ▲연간 3회 이상 입출국 했고 불법체류한 경력이 없는 사람 ▲공관장이 판단해서 불법체류 가능성이 없는 사람 등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동포에게 F-4 비자가 발급되게 된다. 위와 같이 까다로운 조건은 재외동포법 개정안 통과 후 F-4 비자를 취득한 조선족동포의 수가 극소수일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재외동포법 시행령에 관하여 동포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있도록 납세증명서, 소득증명서 등의 서류를 취업요청서와 같은 서류로 대체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동포들이 입국을 위해 받을 수 있는 비자는 재외동포법과 관련된 F-4 비자 외에 32종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입국 후 요건을 충족할 시 비자의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포들은 이에 관하여 정부나 동포단체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를 위한 방안을 상담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전면적으로 F-4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이유로 법무부 관계자는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외국적 동포와 내국인과의 형평성, 국제결혼의 증가 추세 등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합법화 조치가 합리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 절차상의 투명성,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조선족 동포들에게 커다란 독소가 되고 있는 브로커를 근절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동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브로커 비용의 근절이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포들의 출입국을 완전 자율화 할 경우, 입국자의 수가 3~4배 이상 증가하여 노동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입국 심사 단계를 철저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불법체류자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리되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데에 있어 좀 더 관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외동포비자에 대한 전적인 권한은 주중 한국영사부에 있다. 이는 재외동포비자(F-4)를 최소한으로 발급하는 방향으로 나갈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이다.
불법체류 다발국가라 하여 비자발급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기보다는 재외동포법이 개정된 마당에 이를 통해 그리운 고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동포들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동포정책을 통해 동포 문제 해결해 나가야

이같은 상황으로 재외동포법만으로는 조선족 동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근원적인 해결을 말할 수 없다.
이는 동포들의 지위를 역사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제기한 국적회복운동의 차원에서 새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서경석 목사(서울조선족교회)는 “한·중 수교 이후 있어야 했던 조선족동포들의 국적 선택 문제가 이제야 제기되는 것도 때늦은 대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하였다. 서 목사는 “동포사회의 발전과 한국 사회의 안정을 고려하여 일률적인 국적회복보다는 약 10년간의 영주권 발부 후 동포들에게 국적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률적인 국적회복은 연변 조선족동포사회가 무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갑작스러운 동포들의 이주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인 영주권 발급과 국적 선택의 기회가 그러한 혼란을 예방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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