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삼의 시: [사랑과 감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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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삼의 시: [사랑과 감수] 1
  • 주성화
  • 승인 2008.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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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떨어지는 해와 빛을 잃은 무리/육삼
알고 계십니까!


오늘은 한오리 따스한 바람에 차디찬 사랑의 문안을 당신께 전하고 싶습니다.

향기롭던 겨울 숲이 사라지고
솔방울이 열매처럼 땅에 닿고
그으는 궤적이 겨울 나르고
잠든 마을이 봄을 적시고
땅에 스민 꽃이 피어오르고

이쯤 때면 메마른 개울에
봄 소리 우렁찹니다.//



그리운 이


나는 잃어져가고...
그녀는 금 밖에서
굳어지다

여름 잠자리 나무를 가르고
졸음 낀 바위엔 새벽이 깜빡이다

향하여 닿을 곳은
탑같이 높은 곳에 머물고
철이 들수록 모두가
슬픔 잃어가고 있다.

영원이란
외로움에 비끼는
타인의 그림자

먼 길은 꿈으로 펼쳐지고
아무도 몰라주는 진실은
세월로 돌아가고
설의 한 잎 연꽃처럼 피어나고

그리움의 뒷모습이 거리고 멀어지는 까닭입니다.//



너와 나


너와 나
꽃망울 지고 터치는
거리 사이 두고
저만치서 향하다.

너와 나
그림자 없는 하늘처럼
아득하다

깊이의 소용돌이 속에
무한이 알려져
천만 리

나의 사랑은
손금처럼 찍혀 있는
불변의 천성

너와 나
꽃이 시들고 사라지는
거리 사이 두고
저만치서 향하다.//



보고 싶던 날


산이 비탈을 톱아 오르고 있습니다.
나무며 잡초들이 봄바람에 말리어져
해의 기름이 흐릅니다.

오늘은 문득 당신을 보고 싶은 날입니다.
땅을 헤집는 여린 새싹같이
태어나는 당신의 옛 모습이
따스함이 되어 흐르는 초록처럼
아직도 싱싱하고
영원함을
보고 싶은 날입니다.//



바람이 말하기를


사내의 맹세는 시드는 꽃 같고
아낙의 사랑은 독 섞인 향분 같다고
믿기 어렵고
변키 쉬운
그 말마저
바람 따라 흘러간 먼
훗날
짙어지는 저녁이 빛을 거둘 때
없었던 듯
잊혀지리.//



슬픈 계절


시달림이 떠난 자리에서
동면하던 짓밟힌 뿌리가
햇살을 등지다

메마른 땅 적 먹여 살찌운
풍요한 여인은
빗장 닫힌 집으로 향하고
눈빛 같은 소녀의 봄비는
신비로움을 잃어가고
오가는 바람 타고
눈물 없는 벌레의 울음 이어지다.

버려진 꿈이 돌아와
언약은 또 한 번 풍화되다.

쌓아올린 태산 아니고
가두어 만든 바다가 아니다
한 잎 공기 같은 隔板에
땅과 하늘이 갈라지고
찌푸린 얼굴에 고운
주름살 패이면
낯선 사랑이 여위여
눈물 한 방울
둥-
떠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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