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자’는 적극파도
■ 네티즌을 통해 본 조선족 동포들의 고민2월 9일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었으나 조선족동포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힘든 시기를 맞아 조선족동포들의 생활상과 고충을 여러 네티즌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인터넷상의 각종 게시판에는 동포들의 다양한 의견들과 그들의 삶과 철학들이 녹아있다. 네티즌 ‘khs’는 고용허가제를 적용할 경우 동포들의 취업 문이 넓어지기는커녕 좁아질 것을 우려하며
동포문제는 재외동포법에 의존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고용허가제가 동포들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이 아닌 세계 각국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법안이기 때문에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차별화된 내용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네티즌 ‘고개길’은 ‘우리 중국 조선족들은 오늘날처럼 처량해보기는 없었다’라는 글에서 동포들의 곤경의 원인을 흔히들 거론하는 한중수교와 잘 살지만 무정한 고국 한국 외에 동포들 스스로의 태도에서도 찾고 있다.
‘스스로에게서 잘못된 썩은 살을 도려내야만 새살이 날 수 있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인내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조선족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모님 세대의 지혜와 근면함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
편, 조선족 동포들이 전 세계 어디서든 존경받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아이디 ‘서해바다’는 ‘해외에 핀 무궁화를 바라보며’라는 글을 통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던 경험을 통해 우리 민족의 한을 표현하였다. 또한 한민족 모두가 “나도 같은 무궁화 계열이니 우리 함께 같이 꽃을 피워 갑시다”라고 외칠 수 있는 그 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글을 통해서는 동포들의 자립심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타인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그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항상 의존의 멍에를 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내일이면 좋아지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 만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좀 더 주체적인 태도를 견지해야함을 역설하였다.
네티즌 ‘chmanho’는 실정법에 따를 것을 주장하며 귀국하지 않고 체류를 연장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다른 조선족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조선족의 원활한 비자발급을 위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체류를 하고 귀국할 것을 촉구하였다.
‘noyo21’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귀향소감’이라는 글을 통해 변화한 연길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빠르게 발달하는 연길의 모습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표현하는 한편 조선족 동포들의 외지 유실에 대해 걱정하였다. 몇 년 후면 연길도 한국 못지 않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며 글을 맺었다. 네티즌 ‘ecola21’은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통과로 중국동포들의 자유로운 왕래는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적용하고, 동포들은 별도로 처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네티즌 ‘Amateur’는 한국정부가 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통들에 대해 좀 더 귀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갖가지 가슴 아픈 사연들로 인하여 출국할 수 없는 동포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기대지만 그래도 그 기대에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대다수 조선족 동포들은 같은 민족인 동포에 대한 국가의 냉정한 대우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표시하였고 말만 재외동포법이 아닌 실질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하였다. 과거 살 길을 찾기 위해 혹은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한 조선족 동포에 대한 대책강구는 민족의 정체성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동포 네티즌들은 위와 같은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래와 시 등을 통해 미적 감각을 뽐냈다. 네티즌 ‘군자’는 북경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의지’라는 시를 통하여 인생에 거센 풍랑이 닥쳐와도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묵묵히 걸어가 꿋꿋이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김순애’라는 아이디의 네트즌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느낌을 담은 ‘봄을 기다리며’라는 시를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하였다. 고통의 세월, 마치 겨울 같은 세월이지만 그래도 봄을 맞이해야 하는 아픈 마음을 그렸다. 네티즌 ‘韓소리’는 ‘조선족 청년의 노래’라는 시를 통해 각고의 시련을 겪고 있지만 그 시련을 극
복하고 더 나아가 고국의 아픔까지도 보듬어 줘야겠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고국을 어머니에 비유하여 고국과 한국인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였다. 1992년 한중수교가 체결된지 올해로 12년이 되었다. 그 이후 수많은 동포들의 입국이 있었고, 지금은 가리봉동에 조선족타운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수의 동포들이 한국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고국의 편협한 법과 제도로 인해 많은 동포들이 고통받고 있다. 조선족 동포들의 수많은 게시물에는 삶과 환경에 대한 태도와 의식이 담겨져 있다. 또한 고달픈 인생살이의 아픔을 표출하고, 또 치유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 모여 고통을 나누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머지 않은 날 서로 기쁨과 희열을 나눌 그날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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