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보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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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보들 ③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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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03>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skc663@hanmail.net

 

 

 

할인판매

“여보, 이것 좀 보구려. 하도 싸길래 하나 샀소.”

“얼마를 주셨는데요?”

“반 값도 안 되게 주었소. 50% 할인인데 만원을 더 깎았으니까.”

나는 잘 한 양 의기차게 설명을 한다.

아내는 물건을 살펴보다가 정찰표를 발견하고는 들으라는 것인지 혼잣말인지 중얼거린다.

“아니, 값이 이렇게 비싸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내는 포장지를 뒤적여 접착지에 인쇄된 상호를 찾는다.

“이거 OO상회 아니오? 당신 속았구려.”

“아니, 왜 그래? 반 값도 안 주고 샀는데.”

내 얼굴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내는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집은요 일년 내내 할인판매랍니다. 개업 몇 주다, 신장개업이다, 무슨 명절기념이다 하면서 할인판매를 상습적으로 내거는 상점이예요.”

“그래도 폐업 정리라던데? 그것도 며칠까지만 한다고 써 붙였구.”

“그까짓 날짜야 무슨 상관이에요? 정찰가 붙이듯이 자꾸 바꿔 써서 거는 걸요. 그 집 폐업정리 붙은 지가 아마 두 달도 더 됐을 거요.”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아내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바보가 되어서.

생명보험

해수욕장에는 피서를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백사장은 물론 얕은 물속까지 온통 사람들로 뒤덮여 있다. 이런 혼잡 속에서도 사람들은 제 각기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생명을 한꺼번에 불살으려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어머니는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각기 고무 튜브를 허리에 꿴 채 놀고, 그 옆에는 아버지가 초등학교 상급 학년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서로 물세례를 주며 장난하고 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바다 쪽을 향하여 유유히 헤엄쳐 간다. 그러자, 사내아이도 뒷발로 물장구를 치며 아버지를 따라 나아간다. 그것을 보고 있던 어머니가 소리쳐 주의를 준다.

“얘야, 너는 깊은 곳으로 가면 안 돼.”

그 아이는 헤엄쳐 가다 말고 큰 소리로 대꾸한다.

“엄마는 왜 나만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아빠는 저렇게 먼 데까지 가도 내버려두면서.”

그러자, 그 어머니는 참 못났다는 듯이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이내 대답을 한다.

“이 바보야, 아빠는 수영선수야. 그리고 생명보험도 들었구.”

그 말에 그 아이는 정말 바보처럼 멍하니 서 있더니 한 마디 쏘아붙이듯 말한다.

“엄만 정말 바보야. 나도 생명보험에 들어 주지, 아빠만 들어줘.”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진짜 바보처럼 이들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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