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는"" 외국인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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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는"" 외국인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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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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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의 합법화 조치를 따른 재중동포 등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계약파기와 업체부도 등으로 일자리를 못구해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돈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고용계약서만 받아 놓고서 아직껏 일자리를 찾지 못해 ‘무늬만 합법’인 이들도 많다. 이처럼 정부의 합법화 조치에도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오는 8월 시행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태=“합법화 말만 믿었는데 또 불법체류자가 될 처지입니다.”

재중동포 조모(40·여)씨는 26일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조씨는 다음달 4일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숨어 지내야 한다.

1999년 하반기 입국해 다음달이면 체류기간이 3년반이 되는 조씨는 정부의 불법체류자 합법화 조치를 믿고 지난해 11월 서울 신촌 S식당과 고용계약을 맺고 출국했다가 지난달 5일 재입국했다. 조씨는 1년 정도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을 얻었으나 S식당에는 일할 자리가 없었다. 조씨는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도 들러봤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2년여전 한국에 온 재중동포 박모(55)씨도 지난해 합법화 신청 당시 홀로 막노동판을 돌아다니며 일을 한 탓에 고용계약서를 받을 만한 곳이 없어 한 식당과 고용계약을 맺었다. 박씨는 식당 일을 잠시하다 그만뒀으나 나이가 많은데다 일거리가 적은 겨울철에 경기불황까지 겹쳐 아직껏 마땅한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점 및 대책=정부는 오는 8월부터 노동현장에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고용허가제로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현재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39만9000여명으로 이 중 13만7000여명이 불법체류자인데 정부는 이 13만7000여명을 강제출국시키고 해당 인력수요는 고용허가제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합법화 과정을 거친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가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어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늘면 인력 초과 현상으로 노동시장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고용허가제를 위해 불법체류자 최소화가 전제인 만큼 합법화 과정을 밟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을 적극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노동부 고용안정센터가 있긴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인력 부족 등으로 상담과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가리봉중국동포타운 최황규 목사는 “정부가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할 바에야 사설 구인업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다른 업종으로 옮기면 일할 데가 있는데도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업종 변경을 불허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200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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