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57)
상태바
까마귀 둥지(연재57)
  • 김석
  • 승인 2008.06.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수'와 '다수'의 이야기(2)

까마귀는 오랜만에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자칭 ‘까마귀 팔촌’이란 분께서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메일을 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 팔촌’님께서는 ‘소수’와 ‘다수’의 분류방식에 이해는 가는데, 기존의 남녀 위주의 분류방식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남자도 여자도 결국은 무리고 단체이니, 가죽 만 바꿨을 뿐 결국은 남녀 위주의 구별 방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냐는 거였습니다.

 

들어보니 충분히 착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다 모래를 씹으면 상을 찡그리고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니지요? 

 

- 18, 오늘 밥은 누가 한거야?

 

그래서 까마귀는 '팔촌'님께 열심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팔촌'님께서는 우선 남자와 여자는 무리이자 단체라고 했는데, 틀린 말씀이 아니지만 반드시 맞는 말씀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남자와 여자는 무리로 다닐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행동을 할 때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원시적인 인간들입니다.

 

원시적인 인간들은 남자들은 무리쳐 다니며 토끼사냥이나 노루사냥을 하고, 여자들은 무리쳐 다니며 풀씨나 과일 등 채집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개인적인 행동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야합’입니다 .

 

원시적인 인간들은 돈이 없어 화려한 결혼 같은 건 생각도 못했기에 불필요한 형식을 버리고 '야합'이 종족 번식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때는 미안하지만 콘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시적인 초라한 ‘야합’도, 오늘 날의 화려한 결혼도 결과적으로는 종족의 번식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실제는 모두 개인적인 행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그 행위가 얼마나 중요했던지, 혹은 남들이 훔쳐볼까봐 부끄러웠는지, 우리는 이구동성 '인생대사'라고 부르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보시다 시피 인간은 모든 행위를 필요에 따라 정당화 시키는 특별한 재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이제는 '인생대사'의 원조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바로 야외에서 벌어지는 '합'입니다.

인간들이 진화하면서 억지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그렇지, 처음부터 '인생대사'는 다른 동물들과 다름 없이 개인적 행위에 속합니다.

결혼식 날 남녀가 '사랑채'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며 뜨거운 첫날밤을 보낼 때, 그건 온전히 개인의 일이지 어느 단체나 무리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때문에 온 라인과 오프 라인에서 일어나는 '하룻밤 운우지정'도 역시 무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이란 무리를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홍보나 혹은 다른 특별한 목적으로 단체결혼 같은 것도 있지만, 그건 단순히 무리의 형식을 띠고 있을뿐, 역시 개인적 행위에 속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와르르 무리쳐 한방으로 들어가, 한 침대 위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면 뭐가 되지요?

 

이 세상에 그렇게 큰 침대도 없거니와, 그 행위 자체는 ‘군교’(群交)라고 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까마귀 팔촌'님, 이제는 이해가 되십니까? 이와 같이 ‘다수’와 ‘소수’의 분류방식과 남녀의 분류방식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남녀는 무리일 수도 있고, 무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이르러 남녀의 문제를 ‘다수’와 ‘소수’ 의 분류방식을 사용하여 연구를 시도하는 연구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는 ‘페미니즘’과 ‘뉴 래디즘’이란 단체들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이란 여권운동을 말하는 거고, 뉴 래디즘이란 남권운동을 가리키는데, 이 방면의 연구자들은 ‘다수’와 ‘소수’의 분류방식을 자주 사용합니다.

 

때로는 개인의 모습에서 '다수'나 '소수'의 문제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여자는 ‘소수’여서 ‘약자’이기에 사회가 더욱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라던가, 남자는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실은 아주 불상한 존재라던가, 주로 이런 식이었습니다.

 

각자 소속 무리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아니지만, 실례지만 이 세상에 불쌍하지 않는 놈이 어디 있지요?

 

까마귀는 아직은 페미니즘이나 뉴 래디즘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수'와 '소수'로 분류하여 연구하기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공격적이어서 잠시 자리를 피하기로 했습니다.

 

까마귀의 관심은 여전히 <연분학>에 있습니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소수'와 '다수'의 과제는 달나라로 반성하러 가신 분들이 돌아오기 전에 잠시 심심풀이로 연구를 해보는 겁니다.

 

근데, 얘들이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요?

 

그나저나 기다리면서 심심풀이로 연구를 시작해보니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리쳐 다니는 놈들을 연구하자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무리를 쫓아다니자면 연구자금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담배돈도 더 들거고 술 값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무리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기에, 사전에 도망갈 자금도 준비해 놓아야 할 거 아닙니까!

 

누가 까마귀는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하던가요? 까마귀도 병원에 가면 돈을 내고 치료를 받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그 잘난 국민보험에 들어봤자 크게 도움도 안 되잖아요.

 

별 수 없이 돈 많고 동정심이 많은 부자들께 지원을 부탁드리고 싶지만, 어디 가서 그런 부처님처럼 자애로운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때문에 누구든지 지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까마귀가 손해를 보더라도 도장을 찍을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공동연구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말하자면 연구는 까마귀가 하고 부자 어르신께서는 돈만 내십시오.

 

연구결과가 나오면 부자 어르신들의 성함을 앞자리에 놓고, 하찮은 까마귀의 이름은 멀직히 뒷좌석에 배치해도 되겠습니다.

 

지원을 하늘만큼 하신다면 까마귀가 아예 자리를 피해줄 수도 있습니다 .까마귀는 이름 석자의 가치보다 만원짜리 한장에 더욱 매력을 느낍니다.

 

까마귀는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달나라로 가신 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빨리 가서 알아봐야겠는데, 로케트 기름값이 하늘로 치솟으니 어쩌지요?

 

하늘로 솟아야 할 놈이 솟지 못하고 왕청 같은 놈들이 하늘로 치솟으니,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알고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이 놈의 장사도 못해먹겠습니다..^^

 

 

 

 

 

 

(담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