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신의 의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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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당신의 의미( 외 다수)
  • 주성화
  • 승인 2008.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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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삼 문학노트
당신의 의미

나날이 자라서
잊혀지는 하늘 나날이 덥히다.

지상의 꽃을 접어
당신의 터전에 고이 펴
산천을 밝히면
숱한 귀여운 영상이
낯선 바람에 새겨지고
나는 초롱처럼
환하고
둥글고
또렷해지다.



어느 날의 환각

두루미 흰 날개 치고
산은 안개 위 하얗게 떠가다.

주먹 크기 고기는
고기 등 같은 곡선 그으며
물속에 하얗게 뛰어들고
하얀 꽃은 피어서 흰 해풍을 가르다.

노래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눈보라는 달려오다가 강판서 흩어지고
그래도 한가락 흔적은
흰 그림자 남기다

나부기는 얼굴
머리카락만 보일 뿐
먼 잠 끌어서 흰 눈雪에 칠하면
나부기는 머리칼
얼굴만 보일 뿐

두루미는 날개 하얗게 접고
산은 허연 안개 속으로 내려앉네.



꽃이 피던 날

해의 따스함에
꽃이 피던 날
바람이 불었습니다.
향기는 동그라미 채우며
하늘가로 밀려갑니다.

구름의 소리 없는 흐름에
천상의 향기가 쏟아져 내릴 때
꽃은 피어서 울고 있습니다.
성모의 맑은 얼굴이
액운을 막아 서 계십니다.

꽃이 피던 날
해의 따스함에
바람이 불었습니다.
파문은 흔들리며
땅 끝 멀리로 넘어갑니다.

초록의 한 잎에 받들리어
해님의 입김이 피어오르고
지상의 밝음이 새로이 열려
반짝이는 지혜 같은 그것이
한창 열매의 씨를 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우주의 모든 것이 꿈틀거리고
궤적이 낯설게 새겨지고
빛의 깊이가 열려지고
나는 무한을 읽고 있습니다.

꽃이 피던 날
꽃은 지고 있었습니다.
눈물은 뿌리에 스며들고
사라짐은 정해진 일이였습니다.

꽃이 지던 날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임의 미학


주의 햇살

피어나는 성모의 입김

따스한 선각자의 눈빛
눈빛이 천 년을 가릅니다.

영혼의 맑은 가지에서 그렇듯 찬연한 빛 방울이 은혜의 손잡고 비옥한 이 땅에 뚝뚝 소리 내며 심어질 때 푸름은 서서히 바다의 고리가 됩니다.

설렘은 이른 봄 찬 기운이 되어 둥근 파문의 고리를 풀며 수직의 호수에 꽃씨를 집어넣고 사랑의 고달픔과 두려움의 즐거움은 그 호수를 지켜선 산과 숲의 뼈와 살이 되었습니다.

창세기 표본이었습니다.




임의 진화론


호수에 내리는 해의 가루입니다.
나의 금빛 오리는 그 눈부심을 쪼아 먹습니다.

숲을 깨우는 부드러운 애무입니다.
나의 잠든 아가는 칠현악기를 다룹니다.

꽃술 스치며 내리는 잎새는 달콤함입니다.
나의 얼룩 고양이는 꽃등을 켜들고 외진골목에 서있습니다.

나의 허무했던 존재는 이성理性의 원칙과 질서의 법칙과 가치의 게놈을 그립니다.
임은 또한 무덤 같은 바다이며 지옥 같은 어둠이며 파헤친 홍송紅松 관 널 위 버려진 누런 금가락지입니다.
또, 나는 거친 황야를 핥는 해체되는 연기 같은 것을 임이라 이름 짓습니다.
그래서,
임은 찰나刹那의 아릿다운 착각입니다.




방의 기운

꽃과 꽃같이 아름다운 사람은
이 방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척의 임은 멀리 하고
먼 곳의 임은 곁을 같이하며
살 밖 내의에 정신만 채워
메아리는 가슴에 깃을 내리다

심장은 항상 언덕을 적시며
수평선에 떠 있고
해마다 가지에 물은 다시 올라
뇌신경 같은 잎새는 방에 새로이 차滿다

눈 감으면
새롭게 단장되는 영원의 시각
우등불의 밝음과 열도와 소리가
엉킨 머리카락 빗질하며
한 생애를 조용히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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