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수필>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하는데 "연인이면 뽀뽀하면 되고, 쪽, 원쑤라면 확 돌아서면 되고, 흥."하는 되고송이 흘러 나왔다. 며칠전엔 무심히 들었는데 오늘따라 귀엽게 들려서 얼결에 "미운놈 하나 더 주면 되고, 떡."하고 혼자 읊조리고는 "풉"하고 웃어 버렸다. 미운놈이나, 웬수나 뒤돌아 서서 안보이면 좋을련만 어데가나 맞부딪치기 일수다. 집에 가면 "백년웬수" 배우자, 전생에 빚쟁이 자식들과 상대해야 하고, 직장에 가면 (열직장을 다녀도)얄미운 놈 꼭 있기 마련이고, 길에 나서도 꼴불견인 놈과 마주치기 마련이다.
편해 보이는 얼굴로 살아 남을려면 돌아서기 보담 우리의 속담대로 "미운놈 떡 하나 더 주"는 수 밖에 없다. 호랭이도 말했잖은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ㅎㅎ"
어쩌다 사이트에 들어와 기웃거려 보아도 고운놈 보다 뿔나고, 가시 돋힌, 까칠한 놈이 더 많다. 허리 짤린 유일한 분단국, 덧붙여도 모자라기만 한 머릿수인데 기아에 허덕이는 이북님, 잘난 항국님, 변종짱깨 조족, 그것도 모자라 남도치, 북도치로 갈갈이 찢어 놓고는 말도 안되는 썰로 서로의 상처를 갈쿠리로 긁어 놓는다.
4만 달러짜리 일본에서 산다고, 덩치 큰 중국에서 산다고 내 사랑하는 한국을 까대고 무시할때.... 내 자존심 중국을 뭐라고 비아냥 거리며 건드릴땐 너무 미워서 욕 한바가지를 쏟아 붓고 싶다.
그러다 확 뒤집어 생각하면 민족이나 언어가 하나둘 소실되어 가는 지구촌에서 같은 언어와 문자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 모두에게 따뜻한 떡국 한그릇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상 사는거 제 잘난 멋에 산다지만 내 잘난 것만 확인하려 하지 말고, 세계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귀다툼보다 낫지 않을가?!
끄떡없이 일본의 진영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면서 일본과 그 의식을 알리는 님들, 파리의 예술과 흐름을 전해 주는 님들, 중국에서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잘 해 나가는 한편, 중국의 군사등 각종 정보를 잘 전달해 주는 광동, 상해, 항주, 북경, 위해, 청도에서 뛰고 있는 동포청년들.... 모두가 한민족이란 브랜드를 세상에 알릴 더없이 귀한 보배들이다. 나와 같은 사람으로 되라고 강요하기 보담 그들이 그곳에서 굳건이 뿌리박고 사는 것으로 해서 자랑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예찬론자인 나는 한국계 모모회사에 다니는 딸을 꼬셔서 친한파로 만들려고 대화도 나누고, 한국돈으로 매수하여도 보지만 애의 중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은 그 또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요지부동이다. 한중이 축구시합을 하면 중국을 응원한단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화성에서 사는 사람이 지구에 와 보지도 못하고 지구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이들을 우리세대와 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재해와 문혁등을 겪으면서 불만을 갖고 어렵게 살아온 우리 2세대는 88올림픽, 90년 월드컵때 부터 지금까지 친한파로 한국의 열혈팬이다. 하지만 3세대는 "황태자"로 태어나서 호의호식하면서 자랐고, 발빠른 중국의 빛나는 하드웨어만 보아 왔다.
그들이 만약 해바라기처럼 오직 모국에 대한 자랑과 사랑으로 자기가 처한 환경, 자기가 속한 집단, 국가에 원한, 불평, 불만만을 늘여 놓게 된다면 파멸의 길로 밖에 갈 수 없다. 우리 한민족의 브랜드로 될 수도 없고 세상에 메드인 코리아를 수출하는 다리로도 될 수 없다.
한가지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어만 잃지 않는다면 그 "변종짱깨"들도 때에 따라서 친한파로 혹은 한민족의 유명 브랜드로 될 수도 있음을.
중국동포들은 한국을 좋은 성장모델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초불집회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겠지만 그것이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는 한개 수단으로 쓰여짐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발전속도가 늦은 것은 독주를 견제하는 체재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민초들의 몫이었다.
한국은 선진국을 模式으로 했고, 중국도 조만간에 그 길을 걸을 것이니 부정만 말고 눈여겨 살펴보고 귀담아 듣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가?
한 입에 혀도 깨물때가 있고, 한날 한시에 태어난 손가락도 길고 짧음이 있다. 사실 생김새와 언어를 빼곤 닮은데가 없기에 나만 우기다 보면 대화가 안되는 괘씸한 놈들이겠지만 미운놈 떡 하나 더 주는 지혜로 손잡자. 형이자 뼈대인 고국동포들과,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길이 되는 재외동포들과!
나부터 욕을 떡으로 간주하는 습관을 기르련다. 仁, 義, 禮, 知 를 갖추지 않은 사람이 괜히 나에게 돌을 던지더라도 히죽 웃어주고 떡 하나 받쳐주는 아량을 키우련다.
찡그러진 이마를 펴고, 편한 마음으로 온라인에서 온갖 정보를 공유하고, 감수를 나누면서 "실력"을 늘이고, 정신식량을 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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