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취자, 우리는 누구인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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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취자, 우리는 누구인가 (12)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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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남짓한 청소공아저씨는 한국인 치고는 참 재미있는 분이셨다. 대전에 아빠트 한채, 여기 황리에 집이 두채 있고 터전에는 딸기하우스까지 있는데 아들이 중국 어느 조선소(중국의 지명을 모르신다)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이맘때면 중국에서는 《3.8절》을 쇠느라고 야단일거라고 중국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하던 일을 접고 담배까지 건네며 중국이야기를 듣자고 한다. 중국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사이 중간 휴식시간이 되고 다시 일이 시작되였다. 하지만 기어이 구석진 곳으로 끌고가서는 천천히 쉬면서 하잔다. 내가 남의 눈치가 보여서 앉아있지 못하겠다고 하자 휴식할줄 모르면 일할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꾸중까지 한다. 

맡겨준 일이 끝날쯤이면 휴식을 하잔다. 《이제 조금만 하면 끝인데…》 하고 내가 말하면 《그것 다 하면 또 새 일이 떨어지니까 남겨두었다가 점심전에 와닥닥 해치우자》고 말한다. 시간을 어찌나 정확하게 계산하는지 깜짝 놀랄 정도다. 십분이면 끝날수 있는 일을 반시간에, 반시간에 끝낼수 있는 일은 한 이십분 하고는 금방 쉬자고 한다. 내가 중국에서는 시키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것이면 자각적으로 찾아한다고 하니 허아저씨는 《그래서 중국은 잘 살지 못해!》 하고 말한다. 《자~ 저기 블록밑에 파철들이 많지? 저것을 우리가 미리 주어던져봐! 그럼 오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하겠나? 그리고 현장관리 과장이나 반장은 우리한테 시킬 일이 없어서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들어보니 그럴듯한 말이다. 우리가 오전에 하라고 한 일을 9시까지 끝내면 오후에 할 일을 하라고 할것이고 그다음 날엔 더 많은 작업량이 떨어질것이 아닌가? 일년 사시절 청소만 하시는 아저씨가 그렇게 부지런하게 일하시면 금세 허리가 굽을것이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오전에는 정말 편안했다고 하니 친구들이 현장일은 꼭 지시대로 해야 한다는것이다. 용접반 김학권반장의 말이 가장 설복력이 있었다. 시킨 일을 다 끝냈다고 해서 자기 맘대로 이런저런 일을 찾아하다가 까딱 잘못 금지구역에 들어가면 안전이 위험하다는것이다.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했다고 해서 다 잘한것은 아니란다. 관리자가 계획대로 철거작업을 하는 블록밑일은 나중에 지시하니까 그때 가서 청소하면 되는데 잘못 들어갔다가 블록우에서 던지는 파철따위에 어디 상하면 누가 책임지냐는것이다. 하여간 안전이 우선이라는 철같은 사규가 철저히 슴배인 말이다.

건강검진이 통과되여야 《채용시 안전교육》을 받게 되고 그것을 수료해야 회사출입증을 발급받다보니 건강검진에서 걸린 춘송이는 아직도 출입증이 없어 뒤문으로 가만히 출근하고 밥을 먹고 그런다. 좀 힘든 모양이다.

회사를 옮길가 궁리하는 춘송이와 기술 배워주는것이 늦고 시당이 적다고 불만이 있는 학송이(춘송이 사촌동생)에게 어디 가도 우리 수준으로는 많은 시당은 못받으니까 기술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배운 다음에 보자고 말했다. 다행히 서울에서 내려온 철용이가 합세해서 고마웠고 모두들 열심히 기술을 익히는데 쉼시간을 보내기로 합의하였다. 마침 회사에서도 우리가 일을 너무 모르니까 저녁 야간작업시간에는 마음대로 련습을 해도 되며 그만한 시간을 잔업으로 계산해주겠다고 해서 저녁시간 자유자재로 용접봉을 다루게 되여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길림신문 김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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