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까마귀는 밤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달나라로 자아반성 하러 가신 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암만 목을 빼들고 기다려도 소식이 없습니다.
자아반성이란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가 봅니다..^^
그래도 몇몇 특정한 개인이 반성하는 일이니 다행입니다. 만일 한 민족, 한 종족의 일이라면 까마귀는 깨끗이 체념합니다.
원래 큰 일에는 관심이 없거니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아리랑> 가요는 듣기에도 너무 애절하여 '한'이 넘쳐 흐릅니다.
괜히 기다리는 일에 인생을 망칠라..^^
여러분, 자아반성을 할 줄 아는 ‘동물’들은 이 땅에서 계속 번식해 나갈 수 있습니다. 대신 반성할 줄 모르는 ‘동물’들은 이 땅에서 존재의 가치가 없습니다.
절로 사라지지 않으면 남들에 의해 매장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 한 시각에도 얼마나 많은 동식물들이 자멸(自滅) 혹은 타멸(他滅)하는지 아십니까?
적어도 몇
지나온 인간 역사를 봐도 알수 있듯이, 잠시 별처럼 깜박했다 사라진 나라나 민족이 한 둘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삼족오'의 나라 고구려입니다.
자랑할만한 천년의 역사도 오만한 형제들이 서로 다투며 화목을 버리니 순식간에 타멸(他滅)하고 말았습니다.
불쌍한 나의 '삼족오'여!!!
시시한 얘기는 그만 하고 까마귀는 정말 얘들이 왜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가 못간 놈들이 괜히 달나라에서 사고라도 친 거는 아닌지.
봉제산 위의 쟁반 같은 둥근달님이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밝을까요? 어디선가 멍멍이가 잠꼬대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얘들이 빨리 돌아와야 <연분학> 강의를 시작하겠는데..^^
외로운 까마귀 샌님은 고개를 쳐들고 둥근달님께 한마디 여쭤봤습니다.
- 쟁반 같은 달님아,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
그러자 밤하늘의 둥근달님께서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더니, 까마귀에게 기막힌 영감을 하나 주셨습니다.
-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전부가 아니다.
그 소리에 까마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까마귀가 인간을 관찰하는 기존의 방식을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까마귀는 지금까지 인간을 주로 남자와 여자로 분류하여 연구를 해왔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한눈으로 알아볼 수 있기에 분류하기도 쉬웠고, 좀 더 파고 들었더니 시시한 논문도 몇편 나왔고 , 독자적인 터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제는 남녀의 일이라면 까마귀 샌님은 다 죽은 놈도 살릴 자신이 있습니다.
까마귀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갸우뚱거립니다.
- 혹시 인간이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까마귀가 모르는 제3성별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가정을 해놓고 보니 역시 제3 성별은 불가능합니다.
장장 40년이란 세월을 사람 구경을 하는데 시간과 정력을 팔았는데, 여기서 흔들리면 까마귀의 인생은 뭐가 되지요?
이걸 중국말로 ‘晚节不保’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3성별의 가능성을 깨끗이 배제하고, 대신 다른 분류방식이 없나 열심히 생각해봤더니 답이 나왔습니다.
기존의 분류방법 외에도 ‘소수’와 ‘다수’의 분류방식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달님께서는 이제는 특정 개인의 인생대사에는 관심을 끄고, 시야를 넓혀 무리 쳐 돌아다니는 놈들을 연구하라는 소리시네요.
까마귀는 이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남녀의 문제를 연구해 왔지만, '다수'와 '소수'로 분류하여 연구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아직도 남아선호의 잔재가 남아있어도, 남녀의 개수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누가 '다수'고 누가 '소수'인지 구별이 힘듭니다. 따라서 남녀 사이에서는 강자와 약자의 구별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선지 요즘 학계에서는 '중국위협론'과 '여인천하 위협론'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중국위협론'은 이해가 가지만, '여인천하 위협론'은 좀 웃깁니다.
'여인천하 위협론'이란 결국은 여자가 무섭다는 소리인데, 여자가 무서운 인간은 결국은 남자밖에 있습니까?
'여인천하'란 어떤 세상일까?
장가 못가본 까마귀는 많이 궁금합니다.
조용히 지켜보니 그날을 학수고대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날이 올가봐 두려워 벌벌 떠는 못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까마귀는 우리 동네 의회에 '3.8부녀절'을 명절로 정하자고 수차 탄원을 올렸지만, 오만한 놈들은 거들떠도 안 보네요.
알고보니 '여인천하'가 무서운 건 까마귀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총각 처녀 동무들, 달나라 간 분들이 돌아오기 전에, 우리 같이 ‘소수’와 ‘다수’의 문제나 담론해 볼까요?
까마귀는 여러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환영합니다..^^
(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