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이란 늘 꼬이기만 하는것 같았다. 오후에 하던 블록 일이 끝나 다른 블록에 공구를 옮기다가 기계를 조심스레 다룬다는것이 그만 삼각철판에 박아놓았다. 두말할것 없이 기계가 망가지게 됐다. 누가 지켜본 사람이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랴부랴 나사를 틀어 겨우 원상회복을 해놓고있는데 강스푸의 노한 얼굴이 옆에 척 나타난것이다.
숨이 꺽 막히는것 같았다. 아마 내 얼굴기색이 말이 아닌것 같았다. 강스푸가 되려 허허 웃는다. 《쇠덩이속에서 일하면 이럴 때가 많아.》 주섬주섬 내 손에서 기계를 앗아다가 척척 고쳐놓는다. 《중국에선 뭘 했나?》 관심조로 묻는 말에 《놀다 왔슴다.》 겨우 모기소리만큼 대답하고 하던 일을 하는척했다.
나뿐이 아니였다. 함께 온 친구들도 마찬가지란다. 모두들 처음이라 이런저런 실수가 많고 또 싫은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라 어쩔수 없는 일이요 모르는게 죄일뿐이다. 싫은 소리하는 분들도 그때뿐이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인차 함께 웃고 담소를 할수 있다는게 좋았다. 조선소라는 곳이 아마 이런 곳이리라.
일이 원체 힘들어서 회사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초보자들을 하루 빨리 기능공으로 만들어야 함께 하는 일이 진척이 빨라지고 그만큼 쉬워지니까 초보자들한테 되게 구는것일거라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나마 저녁이 되여 우리 셋만 있는 숙소에 돌아오면 우리들의 세상이여서 즐겁다. 입사전에 하는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아 세번이나 건강검진을 하였지만 통과되지 못해 아직 출입증을 못탄 친구가 늘 울상이다.
《기술 하나 확실하게 배워가지고 돈 좀 벌어보자니까 이눔의 혈압은 왜 이 모양이야?》
중국에는 혈압약 참 좋은것들이 많아서 검사전에 한알만 먹어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만 여기에서는 구할수 없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의사의 진단서가 있어야 약방에서 약을 팔게 되여있다보니 치벽진 이 곳에서는 어쩌는수가 없다. 그런대로 약방주인에게 사정사정해서 만원 주고 우황청심환 두알을 사온 친구, 목요일 건강검진 반시간전에 복용하라는것을 급한 마음에 그만 오늘 아침과 점심에 먹어버렸다.
《이눔아, 청심환이 혈압을 낮추어준다는 말은 난생처음이다. 그러니 그까짓거 아까와하지 말라니깐.》
겨우 안심시키고 중국에서 가져온 안궁환을 먹으라고 했다. 그것도 별로겠지만 청심환보다야 월등한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길림신문 김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