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에게 용서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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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에게 용서를 빌며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8.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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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옛추억을 더듬어 이 글을 쓴다. 눈물을 꾹꾹 눌러 이 글을 쓴다. 왜냐고?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일이다. 부모자식간에도 일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일하기 싫어하고 먹기만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고된 일을 하면서 삼남매를 키워온 안해의 설음이야 또 얼마랴. 그래서 때늦게나마 정신을 추고보니 남편된 나로서 안해에 대한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이다.

70~80년대 나는 글자랑을 하고싶은 충동에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어쩌다 신문에 뭔가 발표되면 그 기쁨이란 이루다 말할수 없었다. 그때 그 시절에는 바쁜 시기를 피면하려고 돈벌이 간다며 집을 떠났다. 그러면 안해는 혼자서 15무나 되는 논밭에서 손톱끝이 다슬도록 모를 꽂아야 했고 김도 혼자 매였다. 체질이 허약한 그였지만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분무기를 둘러메고 발이 푹푹 빠지는 논밭에 농약을 쳤다. 그때 흘린 땀은 얼마였으며 눈물은 얼마였을가? 일에 지쳐 논밭 가운데 쓰러진 일도 수십번이였다고 한다. 이렇게 이른 봄부터 시작하여 탈곡철까지 남편이 있어도 홀로 흑토와 싸우면서 돼지치기까지 한 나의 안해였다. 하지만 나는 돼지 판 돈을 후벼내여 술친구들을 청하군 했다.

돌이켜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마음만 착잡하다. 1983~1984년도 일이다. 남들처럼 치부해보려고 40평방미터 되는 건조실을 짓고 1헥타르 한전을 도급맡아 담배농사를 시작했다. 어느 한번은 그 바쁜 기음철에 아침술을 거나히 마시고 곤드레 만드레 취해 밭머리 그늘밑에 누웠는데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어느때가 되였는지 일어나 보니 남들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갔지만 유독 안해만은 혼자 김을 매고 있었다. 그래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없이 빨리 점심 먹으러 가자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혼자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기음 맨 안해에게 점심을 재촉한 나,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미안하다. 그때 안해는 말없이 두 어깨를 들먹이였다. 서럽게 울고있었던것이다.

안해는 그래도 이같이 못난 나를 남편이라고 조금도 허술하지 않게 공대했다. 시집와서부터 나의 생일은 해마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고 친척, 친구들을 청하군 하였다.

한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방탕한 생활로 세월을 보내온 나, 지난날을 절실하게 느껴본다. 지금 잠자고 있는 안해의 주름진 얼굴과 희슥희슥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노라니 어쩐지 눈물이 난다. 혼자힘으로 가족을 이끌다싶이 한 안해, 이제는 아들딸들을 다 시집장가 보내고 손녀를 키우며 만년을 보낸다. 웃을 때마다 주름진 안해의 얼굴을 보노라면 남편된 나의 마음은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나의 일생의 동반자, 사랑하는 안해여, 용서하라! 이제 남은 여생을 함께 하며 행복하게 해주리라. 미안하다는 말로 당신의 주름잡힌 그 얼굴을 젊은 시절의 예쁜 모습으로 바꿔올수는 없겠지만 이제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서 여생에 때늦으나마 당신한테 당신에게 사랑을 몰붓겠소!

여보 사랑해오! 

흑룡강신문/안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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