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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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 서경석 목사
  • 승인 2008.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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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북경 올림픽 성화봉송저지 시민행동>이 유학생 여러분에게 편지 드립니다. 이번 올림픽 성화봉송시에 올림픽 공원에서 있은 충돌사태가 너무 심각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여러분에게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왜 우리가 <북경 올림픽성화봉송저지 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중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과 한국과의 선린관계가 잘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북경올림픽도 전 세계 시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으며 잘 치러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이번에도 올림픽 성화봉송을 저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북경올림픽이 모든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탈북난민의 강제송환이 중지되어야 하고, 티베트 민족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려고 한 것이 우리의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의사를 알리는 행사를 갖고자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유학생들과 시민단체간의 충돌이 격해지자 더 이상의 충돌은 우리의 의도와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계획했던 시민행진과 자전거행진 계획을 전부 취소하고 자진해산하였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올림픽 성화봉송저지 시민행동>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는가? 그 이유는 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에서 유랑하는 북한동포들이 중국공안에게 잡히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영락없이 북한으로 송환되고, 북한에 가서는 정치범으로 사형당하거나, 고문당하고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이들에 대한 강제송환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4년 11월, 중국공안에 잡힌 탈북난민 82명이 중국정부에 의해 북한에 강제송환 되었는데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이들이 전원 총살당했다는 소식이 연변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우리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부터 <탈북난민 강제송환저지 국제켐페인>이 결성되어 12월에는 전 세계 6개국 13개 도시의 중국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탈북난민의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시위를 동시다발로 개최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십 차례이상 항의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정부는 이러한 우리의 거듭된 호소를 철저하게 외면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올림픽성화봉송 시에 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물론 강제송환 반대운동은 올림픽과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는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여야 합니다. 그래야 개최 자격이 있습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중국의 잘못에 대한 티베트 주민들의 항의를 유혈진압한 중국에 대해 전 세계가 분노하고 인권탄압을 하는 나라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크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도 탈북난민을 북한에 강제송환하는 중국정부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중국정부가 그 동안의 강제송환 반대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우리는 이 잇슈를 올림픽과 연계시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국은 우리의 호소를 철저하게 외면해 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올림픽과 연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야 비로소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심있는 한국국민으로서 우리는 마치 중국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올림픽 성화가 한국을 지나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올림픽 개최국은 정신적으로 존경받는 나라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강제송환문제를 제기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너무도 많은 한국인이 중국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중국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반대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중국정부와 관련해서 있을 수 있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고 그랬기 때문에 소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탈북동포들이 중국에서 겪는 혹독한 고초의 문제를 우리가 제기하지 않는다면 양심있는 세계시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학생들의 행동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중국대사관에서 너무 많은 유학생들을 동원한 것부터 무리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중국 五星旗를 들고 있다 보니 군중심리가 폭발해서 자기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五星旗를 휘두르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지난날의 홍위병을 연상했고 섬뜩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五星旗의 물결 속에서 대국으로서의 힘의 과시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중국 유학생들의 모습을 본 한국인들이 격렬하게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경찰의 통제력 상실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중국과 한국 국민의 우호관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게 됩니다. 우리가 탈북난민의 강제송환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보다 돈독한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함이었지,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해서가 아닙니다. 따라서 한중 선린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양국국민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선 유학생들은 한국인 네티즌들의 공격에 격앙할 일이 아니라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무릇 대학의 지성인들은 국적을 초월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과 평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세계평화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힘의 과시가 아니라 양심의 소리를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의 유학생들의 狂氣는 지성을 가진 대학생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 유학생은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공격하는 사람들로 비쳐졌습니다. 따라서 유학생들은 하루빨리 자숙하고 수습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자제를 호소합니다. 지난 일요일의 유학생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유학생들이 이점을 철저히 반성해야 하지만 수천명의 학생들이 五星旗를 들고 움직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군중심리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중국유학생과 한국시민단체 간의 충돌은 탈북난민의 강제송환문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일요일의 충돌에 우리의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탈북난민의 강제송환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국민의 충돌을 건강한 방향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북난민의 강제송환문제에 대해 중국국민들, 그중에서도 한국에 와있는 중국유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유학생 여러분들은 한국인과 충돌할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문제제기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중국정부에 전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한중 양국정부가 함께 탈북난민의 문제를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오는 6월6일 오후2시에 중국대사관 앞에서 다시 한 번 탈북난민 강제송환 저지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행동에 중국유학생들도 함께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행동이 진정으로 한중 선린관계를 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유학생들이 탈북난민의 고통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지난 일요일의 충돌은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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