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
해빛아래
아득하게 보이는
먼산은 흰색으로 찬연하다
푸르른 하늘아래
성스러운 광환속에
천년의 적설(積雪)은 흰빛으로 눈부시다
반만년의 로고한 전설이
반만년 한개 민족의 정신이
고스란히 하아얀 빛으로 섬뜩인다
원시림속의 봇나무숲
수많은 인간속의 백의민족
티없이 깨끗한 흰색에서 자아를 알게된다
봄날의 아지랑이와 여름날의 안개속에
그리고 가을의 찬비와 겨울의 칼바람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느껴본다
결 별
부르하통하강변에서
그번의 만남은
생동하기가 너무나 심각하였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모두 기억이 될것이다
출렁이는 강물 따라
날아예는 물새 따라
세월은 쉬임없이 흘러가는데
적막강산이나
조잡한 인간세상이나
별로 흔적은 남기지 않는다
우주에서 쌀알같이 조그만 지구
우주에서 개미같이 미소(微小)한 인간
천지개벽후이면 또 서서히 등장한다
명 상
드디여 비는 멎는다
구름은 서서히 흩어지고
달이 얼굴을 내민다
달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살짝 웃으면서 서성이고
그 중간에는 봇나무 한그루가 처연히 서있다
“진시명월한시관”(秦時明月漢時關)이라더니
초한(楚漢)이 천하를 다툴때
항우와 류방이 어이하여 형제가 원쑤로 되였던가
달은 그대로 진(秦)나라때의 달
구름과 봇나무와 나는
어느때의 구름과 봇나무와 나일까
스치는 바람에
바람보다 더 가벼운 꽃향기
나의 마음은 설레인다
김학천: 시인, 전 연변작가협회주석, 현 연변사회과학계련합회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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