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아름다운 것이 어찌 꽃들뿐이겠는가? 이 세상 만물들을 가만히 보라.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는가? 풀잎 하나, 나무 한 가지, 돌멩이 한 개에서부터 시냇물 줄기, 펼쳐진 들녘, 멀리 바라보이는 산들의 능선에 이르기까지 아름답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온 세상 만물이 모두 아름다움이요, 온갖 곳에 아름다움 천지인 것이다.
특히, 삭막하고 우중충하기만 하던 겨울을 지내고 새로 돋아나는 봄철의 초목들을 대하고 보면 그 새로운 모습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의 변모에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찮은 길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 할지라도 그것이 움트고 싹이 돋아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는 것을 바라보면, 그 오묘한 아름다움과 신비한 섭리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을 넋을 잃다 보면, 조물주는 어떻게 이러한 모습을 떠올리고, 어떻게 그와 같은 색깔을 넣고, 어떻게 그러한 풍모를 느끼게 만들 수가 있었을까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이 움직이고 흔들거리는 모습은 더욱 아름다움을 북돋운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찰랑대는 호수면을 바라보거나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들을 보면 마음 속에서 파동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 물살을 피우며 졸졸대는 시냇물, 바람이 부는 대로 한쪽으로 쏠렸다가 다시 일어서는 보리밭이나 산등성이의 풀밭들, 더구나 자주 모양을 바꾸면서 흘러가는 하얀 구름 송이들이나 끝없이 밀려 왔다가 하얗게 물거품을 내며 흩어지는 파도를 대할 때에는, 누구든지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늘상 움직이며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서는 생동감까지 보태져서 더욱 귀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비나 새들의 모습들은 그만두고라도,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이나 논밭에서 자주 보는 개미나 벌, 이름 모를 여러 가지 벌레들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신비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설령, 쏘이면 아프고 살갗에 닿으면 따갑고 쓰린 독을 가진 벌레들까지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오묘한 자태와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아름다운 감정은 모든 것에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이며, 그러한 감각에서 바라보면 온갖 만물이 다 귀엽고 어여쁘게 여겨질 수가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에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이 세상 천지의 만물이 모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는 느낌, 이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한 일인가! 그리고, 그러한 속에서 내가 존재하고, 내가 그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진실로 조물주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없고, 세상은 참으로 기쁨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이 밖에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것이 곧 따스한 마음을 서로 주고 받는 데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면 꼬리치며 반겨 주는 강아지, 어린 시절 산등성이에 매어 놓았다가 해질 녘에 데리러 갔을 때 반가이 다가오며 소리치던 염소들의 모습, 팔려 가는 날 아침죽도 먹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커다란 두 눈망울로 쳐다보던 암소의 눈빛, 그러한 것들에서는 만물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가 있다.
또한, 이웃집에서 보내온 음식 접시 하나, 멀리 떠난 친구로부터 부쳐져 온 편지 한 통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읽을 수 있고, 일부러 돌아와 길을 알려 주는 모르는 이의 발걸음이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들어 주는 전송의 손길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씨는 느껴진다. 힘들 때 거들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이에게서도, 무식함을 터주고,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며, 슬픔을 위로하고, 기쁨을 안겨 주는 사람에게서도 아름다움은 발견된다.
더구나,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하거나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들을 보거나, 그런 흐뭇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아름다운 감격은 물상의 아름다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이 강하고 깊게 가슴에 파고든다. 물상의 아름다움은 보여지는 것이고, 아름다운 마음씨는 느껴지는 것이기에 더욱 감동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의 아름다움은 물상의 아름다움처럼 누구에게나 있고 무엇이나 모두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또한, 그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마음의 아름다움은 느껴지는 것이기에 흔하지 않은 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오래 남을 뿐이다. 물상의 아름다움은 얼마 안 있어 시들어 사라지지만, 마음의 아름다움은 그가 떠나고 죽은 뒤에도 우리들 마음 속에 오래오래 꽃을 피운다. 그래서, 꽃들은 아름다움이 오래 가지 못하기에 반복해서 피고, 마음의 아름다움은 반복될 수 없기에 가슴속에 오래 남는가 보다.
만물의 아름다움, 그것은 참으로 멋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만물이 다 지니고 있으니 이 세상이 어찌 아름다운 꽃밭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아름다운 마음씨, 그것은 참으로 흐뭇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이 물상들 사이를 다니며 누비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살맛 나는 세상인가!
그러나, 만물의 아름다움은 보는 것이요, 아름다운 마음은 느끼는 것이니, 꽃밭에 들고서도 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고운 이들 속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느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아름다운 물상들을 바라보는 육체의 눈도 좋아야 하겠지만, 아름다운 마음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도 밝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아름다운 모습들을 바라보고, 곳곳의 아름다운 마음들을 느끼며 산다면 얼마나 즐겁고 기쁘겠는가? 오늘도 더 많은 아름다움을 못 보고, 보다 많은 아름다운 마음씨들을 느끼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며,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마음을 문질러 닦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