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이상 동포 대다수 왜 귀국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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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이상 동포 대다수 왜 귀국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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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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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국 보장 불투명, 임금체불 및 사기피해 등 다양
정부는 5년 이상 불법체류 외국인들(중국동포를 포함)을 본래 1월 21일까지 전원 출국하라 하였다. 그러다 서울조선족교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단체의 반대로 출국시한을 2월 말로 연장하였다. 해당부문의 조사에 따르면 2월 말까지 출국해야 할 불법체류 외국인이 12만 명에 달하는데 현재까지 출국한 사람이 겨우 2만 명을 웃돌고 있다. 자진출국기한에 나가면 돌아오는 7월에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수 있다고 정부 측의 확실한 답복이 있었는데도 동포들을 포함한 10여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은 왜 출국하지 않고 있는가? 총체적 원인은 두 가지에 있었다. 재입국보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버금으로 되는 원인은 임금체불과 사기피해였다.
중국 길림성 왕청현에서 온 오태일(40살, 입국한지 7년)씨는 왜 돌아가지 않는가? 하는 물음에 “한국에 나온지 7년 철을 잡았다. 나올 때 빚도 다 갚고 돈도 좀 모았다. 허나 손에 있는 돈을 가지고 중국에 가 무슨 사업을 좀 하자면 턱 없이 모자란다. 1년만 더 벌면 생각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겠는데 지금 나가라 하니 답답하다. 2월 말 전으로 나가면 돌아오는 7월에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데 무슨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사증인정서를 내준다든가 아니면 여권에 7월에 들어올 수 있다는 도장 같은 것을 찍어준다 든가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런 것들이 없이 무턱대고 나가라 하면 누가 나가겠는가? 지금 중국에는 한국으로 나오려는 사람들이 한국영사관에 수십 만 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우리가 제시간에 나가면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7년씩이나 한 우리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겠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고 서슴없이 진술하였다. 중국 심양에서 온 황철남(39살, 한국에 나 온지 6년)씨는 “조선족교회에 2월 말까지 돌아가면 돌아오는 7월에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수 있다는데 그 말을 누가 곧이 듣겠는가? 교회라는 자체가 한개 시민단체에 불과한데 시민단체가 나라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만약 법무부 일군이 교회에 와 여차여차 하니 7월에 꼭 들어올 수 있게 이런 저런 절차로 해주겠다면 동포들이 믿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와 조선족교회에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확실한 근거가 없이 돌아가라 하니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한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조선족교회에서 벌린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에도 참가하였었다. 그때 저를 비롯한 수 많은 동포들이 큰 기대를 걸고 다투어 운동에 참가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 다 돌아가라 하니 조선족교회에 대한 신임과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혹시나 하여 주일에 나가 봐도 동포들에게 유익한 별 다른 소식이 없이 그저 대고 돌아가라는 소리뿐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속심을 털어놓았다.
한국에 나 온지 8년에 나는 김준화(흑용강성 목단강, 52살)씨는 일산의 한 건축공사에서 일한 임금 480만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480만원이면 중국 돈으로 3만원에 달한다. 내가 이 돈을 중국에 가 벌려면 3년을 벌어도 벌 수 없다. 이 돈을 받기 전에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다. 한국에 와 드라이비트 기술을 배워 5년간 서울, 경기 지역을 돌며 적지 않게 돈을 번 강철우(길림성 매화구 36살)씨도 임금을 800만원 받지 못했다. 그는 이 돈을 받지 못하면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흑용강성 상지시에서 온 최상철씨는 1200만원의 임금을 체불당해 법원에 소송했는데 법원에서 최시를 보고 사장의 집 재산을 알아오라 하였단다. 최상철씨는 “내가 무슨 힘으로 사장의 집 재산을 알아온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법이 이런가? 돈을 받으면 돌아가지 말라 해도 돌아가겠다.”하였다. 중국 길림성 훈춘에서 1999년에 부모초청으로 한국에 입국한 김정남(60살)씨는 4년 동안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뼈 빠지게 번 돈(4000만원)을 한국인에게 사기 당했다. 그는 지금 몸에 병이 나 일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한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집에는 병든 안내와 딸, 장가 못간 30살에 난 아들이 내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이 돈을 받기 전에는 목을 매 끌어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온 방철수씨는 한국인에게 1만 달러를 사기 당했다. 중국에서 사업차로 온 한국인 현씨를 알게 되였고 사람이 하도 진실해 한달만 쓰겠다고 사정하니 서슴없이 건네주었는데 온다 간다 소리 없이 사라져 지금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방씨는 “그 사람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되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되였다. 장사도 다 망가지고 최근에 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니 몇 달간 일도 못해 먹고 살아가기 조차 힘든 형편이다. 현씨를 찾아 그 돈을 받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 잡힌다 해도 돈을 못 받으면 끝까지 벋치겠다.”고 하였다. 길림성 서란현에서 온 현순애(38살)씨는 언니 동생 하며 사이좋게 지내던 한국인(문희연, 43살, 경기도 광주)에게 3000만원을 사기 당했다. 현순애씨와 한국인 문씨는 사귄지 2년 넘어 되였고 평소에 현순애씨는 생활, 사업상에서 문씨의 도움을 여러 모로 받았다. 그런 사인지라 문씨가 현순애씨를 보고 사업자금이 좀 모자라 3000만원을 1개월만 잠시 돌려쓰겠다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건네주었다. 그 돈은 그녀가 목욕탕에서 하루 10여 시간씩 때밀이 하여 피땀으로 번 돈이였다. 그런 돈을 현씨는 문씨에게 사기 당하였다. 한달만에 돈을 어김없이 돌려주겠다던 문씨는 어느 날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으며 핸드폰도 연락이 끊이고 말았다. 현순애씨는 한국에 와 5년 동안 빚을 갚고 남은 돈을 이렇게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녀는 “문씨를 찾아 그 돈을 찾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5년 동안 한국에 있었다는 게 어떻게 빈손으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집에 간다 해도 남편과 딸애를 무슨 낯으로 대하겠어요?”라며 울먹이였다.
한국에 거주한지 5년 이상 되는 대부분 동포들이 이런 상황으로 귀국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밖에 부분적 동포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동포 장승덕씨는 한국에 나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1천 5백만 원을 투자해 한국인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에 컨터이너 공장을 꾸렸다. 장씨는 “금년 8월에 고용허가제로 입국 할 수 있다는데 내가 갔다 오는 사이에 공장은 어떻게 하겠는가? 또 갔다가 불법체류 했다고 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기도 저러기도 하기 어려운 답답한 상황이다.”며 안타까워하였다. 음력설 가리봉타운 노래자랑 큰 잔치에서 만난 조휘호(63살 길림성 용정시)씨는 한국에 온지 10년에 가깝다. 둘째 딸이 한국에 시집을 와 부모초청으로 나왔는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는 “길거리에서 경찰들에게 몇 번 검문을 당했다. 그 때 그들에게 ‘시집 온 딸집에 놀러온 아버지가 불법체류자란 말이 있을 수 있는가?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니 경찰들이 어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그냥 돌아가라면 갈 수도 있는데 돌아가도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누라도 몇 해 전에 병으로 돌아가고 자식들도 모두 해외로 나갔으니 있을 데가 없습니다. 마음씨 착한 둘째사위네 집에서 만년에 딸, 사위, 외손군들과 함께 살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며 서글픈 웃음을 웃었다.
한국정부와 각 시민단체에서는 지금 상술한 동포들의 딱한 사정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고 여러 모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불법체류를 한 동포들이 5년 전에 입국하지 못한다는 규제도 파타하고 자진출국 기한 내에 출국하면 6개월 후 고용허가제로 재입국 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답변을 하고 서울조선족교회도 그들이 재입국할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피력하였다. 허나 동포들의 의심과 불만은 조만간 풀려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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