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국동포활동실'은 뭘 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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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국동포활동실'은 뭘 하는 곳일까?
  • 김정룡
  • 승인 2008.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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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연길시에는 골목마다 노인활동실이란 간판이 수 없이 걸려 있다. 들어 가 보면 노인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십중팔구는 젊은이들이 모여 마작을 놀고 있다. 통계수치를 보지 못해 그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리짐작해도 족히 수 백 곳은 되는데 대다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연길시 노인활동실이 이 몇 년 사이에 한국으로 ‘이사’ 왔는데 개칭‘중국동포활동실’이란 미명하에 가리봉동, 가산동, 독산동, 대림동, 구로동, 봉천동, 신림동, 신대방동, 영등포, 건국대입구, 안산, 안양 등 조선족이 집거해 사는 곳이면 다 퍼져있다. 물론, 역시 대다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땅에서 중국동포활동실을 개설하는데 투자는 집을 맡는 보증금이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이고, 월세는 30~60만 원, 마작기계를 수입하는 데 대당 100만 원이 든다. 기타 비용을 다 합쳐도 200만 원이면 된다. 기계 한 대 갖고도 밥벌이는 된다고 하니 3~4 대이면 수입이 짭짤할 것이다.

중국동포활동실은 마치 한국의 여느 기원처럼 푸른 혹은 노랑 종이를 붙여놓은 창문에 장기, 바둑, 마작이란 간판글이 씌여있지만 장기와 바둑은 찾아보기 힘들고 실제로 기계마작만 갖춰져 있다. 고객은 50대 초반이면 나이가 많은 편이요, 20대부터 40대 사이의 동포가 많은데 실제로 돈 내기를 한다.

한국에 와서 도박을 놀든 뭘 하든, 모두 나름대로 자기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싱거운 소리할 일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사례를 보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연길시에서 온 장모(41세)는 2006년 재입국으로 중국에 가서 1년 머무는 동안 1,000만 원 가까이 썼다고 한다. 2007년 11월 재입국할 때 100만 원을 들고 와서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해 놓고 취업교육수업을 기다리는 며칠 사이 친구를 따라 모모 중국동포활동실에 갔다가 마작을 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300만 원을 땄다고 한다. 이에 재미 가 들어 계속 다니기 시작하다 보니 4개월 동안 취업교육도 받지 않았고 셋집도 잡지 않은 채 매일 마작 판에 붙어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친척들로부터 빌릴 만한 사람한테 돈을 빌려 놀았는데 이미 1,100만 원을 잃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타산인가고 물었더니 이제는 발이 푹 빠졌는데 놀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용정에서 시집 온 박모 여인(35세)은 2년 반 동안 열심히 다방을 운영하여 꽤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구정에 우연히 친구따라 모모 중국동포활동실에 갔다가 손이 근질거려 놀게 되었는데 한주일 사이에 800만 원을 땄고, 이에 재미 들어 계속 놀기 시작한 것이 이 몇 달 동안 1,500만 원을 잃었다고 한다. 한국인 남편도 마누라가 마작 판에 붙어 있으면서 가정생활을 안한다고 화가 나서 이혼을 제출했다고 한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서 일 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작만 놀고 살아가는 조선족의 수가 꽤 된다고 한다. 물론 중국동포활동실에 다니는 사람들이 전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전업으로 마작을 노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수요가 많으니 공급이 생기고 따라서 중국동포활동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정룡: 동북아신문 칼럼리스트, 신화보 고충상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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