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가교 등돌리게 하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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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가교 등돌리게 하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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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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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다가온 조선족들은 누구인가" 쓴 임계순 교수


[한겨레 2004.01.16]


어느 사이엔가 ‘조선족’들을 마주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제 그들은 우리 사회의 또다른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우리 앞에 다가온 이 조선족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최근 출간된 <우리에게 다가온 조선족은 누구인가>(현암사 펴냄·1만5000원)는 국내 학자가 쓴 거의 최초의 심도있는 조선족 관련 서적이자 정통 사학자가 쓴 조선족 역사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나온 조선족 관련 책들은 간단한 글모음이나 기행문이 대부분이었고, 필자 역시 조선족이거나 외국 필자인 경우가 많았다.

지은이 임계순(60) 한양대 사학과 교수는 청나라 역사가 전공인 역사학자다. 청나라를 세운 ‘소수민족’ 만주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국내 다른 소수 민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속에 우리 동포인 ‘조선족’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다가 최근 조선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태도가 더이상 “지금처럼 문제있는 상태”여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조선족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그들이 중국에서 나서 중국인으로 교육받고 자란 ‘중국인’이란 점을 잊는 겁니다. 우리 시각으로만 그들을 봐도 안 되고 핏줄을 내세우면서 그들이 우리가 가는 쪽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강요해도 안 됩니다. 중국사회에서 그들이 중국인으로서 더욱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는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길입니다.”

임 교수는 책에서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당당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우고 떠난 뒤 비어있던 만주를 개척한 주역이 바로 조선족들이었고, 중국공산당이 국민당과의 패권 다툼에서 승리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선족들이었다. 이런 노력과 투쟁을 통해 조선족들은 중국인들의 핍박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유지했고 연변자치주를 획득해냈다. 임 교수는 조선족이 걸어온 이러한 역사적 과정과 이 시기에 활약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임 교수는 조선족의 특징이자 강점이 한-중 양쪽을 아우르는 ‘이중문화’이며, 이 이중문화를 밑천으로 한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중요한 인적자원이란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조선족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고, 그 주요한 원인이 ‘대한민국’이란 점이 임 교수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 연변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은 물론 한국에 온 조선족들에게는 나쁜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기에 한국 자본주의 문화의 찌꺼기들, 즉 퇴폐문화 등이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내 조선족 사회를 ‘오염’ 시키는 것도 걱정스런 일이다.

“한국과 조선족의 교류가 중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심지 않도록 중국 당국의 정책에 맞게, 그리고 그들이 중국 사회에서 진짜 중요한 존재가 되도록 도와야 합니다. 통일이 되면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한국을 모두 경험한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등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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