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느라 제정신이 아니다.
친구들의 소개로 혹은 소개소의 알선으로 서울, 인천, 수원, 평택을 주름잡았다. 대부분 건설현장이나 중소기업이였는데 취업교육내용과는 좀 틀린다싶어 모두 머리를 저었다.
돈을 가장 빨리 벌 수 있다는 건설현장에 다녀온 사람은 알지만, 안전보장이 없는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용역소개소에 모였다가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데, 초보자는 일당 7만에서 8만정도 용역소개비 10%에 왕복 교통비를 떼면 6만~7만이 남는다. 계산해보면 괜찮은 수입을 올릴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고 매일마다 그때그때 시키는 일을 하여야 하는데다 사업주가 회사가 아닌 소개소다보니, 근로계약은 이루어질수없는 법, 따라서 안전이나 수입이 법적인 보장이 없게 된다. H-2 방문취업비자로 나온 초보자들이 정규적인 건설업체에 취직하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번 매형이 신던 신과 작업복을 찾아들고 용역사무소에 나갔다가 초보자여서 일감을 기다리다가 그냥 들어온적이 있다.
마음 좋은 친구들이 회사를 얻어준다고 소개소를 찾아 헤매다가 소개비용 10만원을 주고 서울에서 가까운 여러곳을 다녀보았다.
처음으로 간곳은 모 전자기기회사, 전자부품조립을 하는 회사였는데 중소기업이다보니, 한사람이 나가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른 한사람을 받아야 하는 자그마한 회사였다. 코딱지만한 공장안에 흐름선이 있었고 쉴새없이 두손을 놀려야 하는데 하루에 12시간을 근무, 월 2일 휴식, 월급이 120만원이였는데 근로계약은 3달후 체결이 가능하단다. 숙식을 제공하지만 아침저녁은 자기절로 끓여먹으란다. 숙소가 좀 춥지만, 한달만 참으면 날씨가 따스해지니 .... 돌아서버렸다.
다음 찾은것은 모 수지회사, 중국말로 하면 쓰레기처리공장이였다. 새까만 연기가 타래치는 굴뚝을 보고 섬뜩했지만 공장내를 보고싶어 그냥 따라들어갔더니 수거한 비닐제품이 공장울안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는데 아프리카, 우즈베끼쓰딴 등지에서 온 로동자들이 새까매진 작업복에 먼지가 뽀얀 마스크를 끼고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약병, 물병, 맥주병 따위는 물론 비닐대야, 맥주통, 비닐로 만든 제품이라면 없는것이 없을것 같았다. 내가 얼굴을 찡그리니 동행했던 친구가 웃는다. 사장을 만나란다. 그냥 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사장을 만나 이렇게 냄새나는 곳에서는 일을 못하는 체질이여서 정말 미안하다고 여쭈었다. 사장님이 웃으면서 일주일만 지나면 괜찮다고 했다. (일주일후면 후각기능을 상실한다?) 로 리해되여서 돌아섰다.
소개소에 찾아가서 소개해준 회사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고나서 소개비를 반환할것을 요구했다. 안된다고 말한다. 그만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하고 안하고는 자신의 문제지 소개소의 문제가 아니란다. 이런 법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이것이 곧 법이란다. 그러면서 경상남도 고성부근의 모 조선업체를 소개해준다. 전화상담을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준다. 할수없어 전화로 련계했더니, 한번 왔다가라고 한다. 용접을 해보았나? 철근일을 해보았냐? 묻는것을 못해보았다고 하니, 그럼 한 석달 일하면서 배우란다. 로임에 대해 물었더니, 시간당 4천원인데 한달 일하면 두루두루 합쳐서 130만원은 될거란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는가 물었더니 그것도 가능하단다.
마음이 움직인다. 500여명의 근로자가 있는 큰 기업이고 기술도 배울수 있고 숙식도 제공한다니 ... 그러나 말만 듣고 결단내리기 어려운것이 한국에서의 취업현실이다. 평택에 있는 친구를 먼저 내려보냈다. 이틀만에 소식이 왔다. 주간 휴식도 없이 매일 일해야 130만원이 가능한데 기술을 배울수있다는 그외에는 정말 다른 좋은 점은 없다는 대답이다. 일단 기술만 익숙해지면 한달에 5만원씩 추가해주는데 1년이 지나면 200만이상을 받을거란다. 구정까지 지내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친구가 자리잡고 마음까지 든다면 거기로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직업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곁에 있는 선배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해준다. 중국에 있을 때 화룡시 모 진의 신용사주임으로 있던 선배다.
선배의 말을 빈다면 한국은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어디가나 살수있는 곳이란다. 그러면서 소학교 교과서에서 배워준 〈로동을 사랑하라〉는 말을 잊었는가고 묻는다. 일은 사랑이란다. 부모자식간에도 일은 사랑인데 자기의 호주머니한테는 더구나 큰 사랑이 된다고 말하는 선배의 얼굴에는 근엄한 기색까지 력연하였다. 따라서 체면을 버리란다. 면목을 아는 사람이 없는 바닥에서 손바닥만한 얼굴을 아끼느라면 굶어 죽는단다. 호주머니에 외국인등록증만 넣고 다니면 어디가서도 굶어죽지 않는단다. 노숙자들 가운데 조선족이 없는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것이다. 어디가나 찾을수 있는 용역사무소에 나가서 하루만 일하면 한국땅 어디든 갈수있고 일주일만 일하면 한달은 먹고 살수있는데 왜서 집안에 웅크리고 근심걱정이냐는 선배의 말에 저도 모르게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럴법도 하려니, 적성에 맞는 일감을 찾아 월급이야 얼마든 상관없이 그저 편하게 일하라던 신문사동료들의 말이 떠오른다.
중국에서 아무리 편한 직종에 있던 사람도 한국에 와서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법을 따라야 살아남는다는 선배의 말에는 수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더듬어낸 그렇듯 오묘하면서도 따스한 토배기식 철리가 다분히 담겨있었다.
길림신문/김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