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2004.01.16]16일 기업은행이 펴낸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실태와 지원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말 현재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행의 거래 기업 1천850개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둥성, 동북 3성, 톈진(베이징까지의 구간 포함)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북 지역에 진출한 기업이 전체의 49.1%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산둥성이 전체의 20.1%로 수위를 차지했고 동북 3성이 15.4%, 톈진이 13.6%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중국 내 한인 경제단체인 중국 한국상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4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2천176개 중 친다오, 텐진, 웨이하이 등 특정 3개 지역에 진출한 기업이 45%를 차지했다.
이중 청도가 24%(523개)로 가장 많고 톈진 13.4%(292개), 웨이하이 7.6%(165개)순으로 산둥성과 톈진 지역의 편중 현상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이밖에 베이징 7.4%(162개), 상하이 6.1%(133개), 옌타이 5.1%(111개), 선양 4.1%(89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용수 기업은행 조사역은 “우리 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조선족 채용이 쉬워 인건비가 싼 중국 동북 지역에 편중된 진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 차원에서 중국 진출을 교통정리하거나 종합 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중국 진출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서 국내 업체끼리의 과당 경쟁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120개 중국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에서의 주요 경쟁 상대를 질의한 결과 43.8%가 현지 국가 기업을 꼽았고 다음으로 30.4%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가방·섬유·의류 등 경공업은 중국 진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39.7%로 현지 기업의 39.6%을 근소하게나마 웃돈 반면 중화학공업은 현지 기업이 47.3%로 국내 기업의 22% 보다 훨씬 높았다.
김 조사역은 “중국 및 외국 기업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 더해 국내 중소기업끼리의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현지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주요 진출 지역에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과당 경쟁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진출 기업의 34.3%가 흑자를 내고 34.2%가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고 있지만 31.5%는 적자를 보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진출 후 이익을 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3년 이내가 70.9%로 가장 많았고 4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29.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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