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대의연변과조선족
상태바
동북아시대의연변과조선족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8.03.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변은 고조선과 고구려 및 발해 등 고중세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땅이다. 선조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질곡의 우리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삶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연변은 또한 중국에 살고 있는, 192만 명이 넘는 조선족동포들의 마음의 고향일 뿐 아니라 여전히 그 절반에 가까운 동포들의 주된 생활의 터전이다.

조선족은 지난 세월 우리 근현대사에 각인된 어두운 그림자를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온 슬픈 족속이다. 식민 시대에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웠고, 냉전 시대에는 이념의 한계에 갇혀 북한만을 조국으로 인정하였다가 탈냉전 시대인 오늘에는 돈줄을 좇아 한국을 향해 목을 길게 늘이고 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시간의 흐름을 좇아 이쪽저쪽을 살피면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연변과 조선족도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연변은 여전히 중국 동북지역 변방의 한계에 갇혀 있으며 조선족은 반백년 단절의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에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면 연변과 조선족의 미래는 없는가. 그렇지 않다. 그 해답은 동북아시아 시대 또는 동북아시아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동북아시아 시대 또는 동북아시아 공동체라는 말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됐다. 불과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냉전의 동방 전선으로 역할을 했던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이, 비록 북한의 느린 변화로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논의의 속도와 북한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비추어보면 그런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연변 지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요석이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동쪽 변방에 위치하고 있어 아직은 저발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반도는 물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이 가시화될 경우 그 지정학적 가치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연변 지역을 주 무대로 살아가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은, 역사 문화적으로는 한국과 연결되어 있는 반면, 정치 사회적으로는 중국 국민으로서 중국에 속해 있다.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추진할 중심 국가인 한국과 중국 모두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어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추동하는 주요 행위자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동력으로

한민족은 세계적인 탈냉전 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세기에 형성된 슬픈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제와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제로 인해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북한 문제와 달리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변과 조선족은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제의 핵심 사안 중의 하나이다.

연변과 조선족에 대한 관심은 또한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제를 극복하여 한민족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21세기의 새로운 역사적 트렌드인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주목하는 것은 한민족이 지난 20세기에 겪었던 질곡의 역사를 온전히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의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중심인 연변 지역에 조선족 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하나의 축복이다.

문제는 새로운 역사의 전환기에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는 상대적 강자인 한국사회가 조선족 동포들을 포용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사회가 연변과 조선족 동포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서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국사회가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한민족 공동체건설을 위한 조선족 동포 끌어안기에 그 1차적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민족 공동체 건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21세기 새로운 역사적 트렌드를 감안할 때 한민족의 미래는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들과 함께 할 때만 가능하고 또 의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사회가 조선족사회와 함께 동북아시아에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우선 21세기 새로운 역사적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연변 지역의 지정학적 위상과 조선족들이 살아온 역정을 조명했다. 이 책은 연변을 하나의 독립되고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조선족 동포들이 살아가고 있는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소통의 축으로, 또는 동북아시아 공동체가 건설될 때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 주변 지역을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연변과 조선족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인식한 것은 연변 지역이 조선족동포들의 소통의 공간일 뿐 아니라 그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중심축으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인식, 이 책은 먼저 조선족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조명했다. 각 부문별로 조선족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이들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줬다. 다음은 한국사회가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양자 간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은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올바른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 갖가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조선족사회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는 등, 전략적 사고와 치밀한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인터파크 제공]
이 책의 통합검색 결과보기
TOP
작가 소개
저자 | 곽승지
강원도 평창 출생. 강릉고와 동국대를 나왔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내외통신에 입사하여 북한 문제를 다루다 1999년 연합뉴스로 옮겨 재직하고 있다. 2003년 연변과 동북3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의 삶과 한민족의 역사를 살펴볼 기회를 가졌고, 2004년 기자협회의 언론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1년간 연수했다. 현재 연변과기대 겸직교수로 있다. 공저로 《북한사회의 이해》 《북한의 국가권력》 《북한의 사상과 역사인식》, 논문으로 <김정일 시대의 북한 이데올로기-현상과 인식> <남북한 사회문화 분야 교류협력 실태> 등이 있다. [인터파크 제공]
작가의 통합검색 결과보기
TOP
목차
글을 시작하며

제1장 프롤로그
01. 무엇을 왜 쓰는가
02. 왜 연변과 조선족인가
03. 무엇을 생각하나

제2장 새로운 국제질서와 동북아시아
01.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트렌드
02. 동북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비전

제3장 연변·조선족의 역사와 전략적 가치
01.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서 연변
02. 변경문화의 체현자로서 조선족

제4장 연변과 조선족 사회에 대한 현실 진단
01. 정치적 측면
02. 경제적 측면
03. 사회문화적 측면

제5장 조선족에 대한 시각
01.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조선족 정책
02. 한국의 조선족 사회에 대한 인식
03. 조선족 동포를 위한 변론

제6장 공존을 위한 전략
01. 들어가는 말
02.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03. 전략적 접근
04. 연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 대안

제7장 에필로그-동북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역사 만들기

글을 마치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인터파크 제공]

 

********        *******         ********

안녕하세요.

연합뉴스의 곽승지입니다.

지난 한해동안 메달려온 책이 이제야 나왔습니다.

연길에서 연수하며 연변과 조선족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뒤늦게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출간에 즈음해 지인들에게 보내기 위해 쓴 글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졸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출간에 즈음하여


졸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이 나왔습니다. 오랜 동안 머릿속에 그리며 고민해 온 것을 글로 엮은 것이지만 집필을 마무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꼬박 1년 동안 공을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 앞에 내놓으려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 두려움을 견디며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은 연변과 조선족에 대한 저의 어줍지 않은 생각에 대해 여러분들과 교감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겁니다.


한국사회는 감정적으로는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에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책임을 논하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조선족동포들을 탓하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누구를 탓하기보다 그들을 포용하며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역사적 트렌드와 동북아시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 양상을 볼 때 잘잘못을 따질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또한 굳이 책임을 따진다면 한국사회의 몫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삼스레 책 출간에 대해 알리는 것은 두 가지 생각 때문입니다. 하나는 지인들에게 제가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에 대해 알리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그동안 직업으로서 북한 문제를 다루어오는 가운데 북한연구자로서 연구 활동도 겸해 왔습니다. 그러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심의 지평을 민족문제 전반으로 확대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그 첫 결실인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조선족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문제에 대해 한국사회가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그들과 함께 우리민족의 미래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에 기인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20세기에 우리민족이 겪었던 질곡의 역사를 온전히 치유하고 21세기의 새로운 국제정치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짬을 내어 졸저를 읽어보시고 많은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아울러 저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 주변에도 일독을 권해 더 많은 사람들이 조선족동포들과 함께 한민족의 미래를 열어 가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지인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2월 27일

  

                                                   저  자   곽   승  지  올 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