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5일 정오 무렵, 서울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송하는 노란 고무풍선의 물결과 환호 속에 휩싸이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후, KTX를 타고 고향 봉하마을로 낙향하기 위해 곧바로 서울역으로 오신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자 노사모를 비롯한 1000여 명의 시민단체 환송 자들이 계단에 서서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행복이었습니다’ 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국민통합, 노무현 짱!’을 외쳤다.
그 속에서는 2시간 전부터 서울역에 나와 계단아래 일렬로 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서울조선족교회 교인 ‧ 중국동포 수백 명의 환호소리가 유별나게 컸었다.
중국동포들의 손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월 29일 서울조선족 교회를 찾아와 동포들을 위로하는 장면을 찍은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고, 사진들 아래에는 “노대통령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손을 잡아주신 노대통령님을 사랑합니다”,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신 일 잊지 않겠습니다” 란 사진설명이 씌어져 있었으며, 가슴 아래로 펼친 현수막에는 그때를 떠올리게 만든 '2003년 11월 조선족 동포가 가장 어려울 때 노 대통령께서 찾아온 일 우리는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란 감동의 글이 적혀있었다.

노 전 대통령 내외는 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고 있던 이해찬 ‧ 한명숙 전 총리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씨 등 친노 ‧ 참여정부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2명의 남녀 어린이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서울조선족 교회 환송 대열로 안내를 받으셔 환히 웃는 얼굴로 꽃다발을 받고 서경석 목사와 악수를 하였다. 중국동포들은 연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짱’을 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곧 손 마이크를 만들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인사말로 화답한 뒤 서울역 KTX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서울조선족교회 교인 ‧ 중국동포들과의 인연은 깊었다.
지난 2003년 11월 29일, 노 전 대통령은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와 강제추방을 반대하여 16일 째 단속농성에 들어간 중국 동포들을 위로 차 서울조선족 교회를 방문하셨다. 당시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들이 불법체류자인 신분을 이유로 전격방문을 말렸으나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뿌리치고 직접 만나 농성을 해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농성에 참가한 동포들의 손을 잡으시고 "선물 줄 형편도 못되고, 정부가 골치 아프니까 농성 해산하라고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다"면서 "역사가 가로 막고 국제질서가 가로 막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노력해 국적취득의 길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며, 대통령이 관심 갖고 노력하면 공무원도 성의를 갖고 노력하지 않겠느냐"며 "여러분이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여러분의 후손이나 다른 사람이라도 혜택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그날 방명록에 "중국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국경과 법제도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믿음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건강 잘 돌보십시오"라고 썼다.
이에 한국 법무부는 중국 조선족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연말까지 강제추방을 잠정적으로 유보키로 하였다. 노 전 대통령도 취임 5년 내내 중국동포들에 대해 포용정책을 펼쳐왔었다. 이를테면 고용허가제의 도입이나, 2차례의 동포자진출국프로그램 실행, 동포방문취업제 도입과 무연고동포 방문취업제 실시 등 정책면에서 동포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고, 장차 있게 될 동포들의 고국에로 자유왕래의 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동포들을 재외동포로 인정하는 정책까지는 펼치지 못한 부족 점들이 있지만, 고국을 찾아오고 고향에 찾아왔거나 다녀간 중국동포들은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국정운영을 비판해왔던 서경석 목사도 노 전 대통령의 동포포용정책에 대해서는 인정하였고, 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번 환송식을 조직했던 것이다.
중국동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 김해 봉하 마을로 내려가신 뒤 시름 놓으시고 편히 쉬시다가 재외동포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한국 정부가 중국동포들을 위해 더 밝은 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