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유리 탁자우에 사기 고뿌 하나가 놓여 있었다.
고뿌의 높이를 가지런히 하고 마주 앉은 이가 유심히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하, 이 고뿌가 휘우둠하게 휘였네요.>>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숙여서 고뿌를 굽어보고 나서 이상한 눈길로 금방 말 한 사람을 굽어보며 한마디 뱉었다.
<<천만에, 고뿌가 둥글고 물을 담도록 되어 있는걸요!>>
마침 그때 탁자 밑에서 한참 달게 잠을 자던 거지가 떠드는 소리에 눈을 뜨고 나서 성가싫다는 듯 쏘아부쳤다.
<<둥글기는 한데 물을 담을 수는 없어!!>>
일이 이쯤 전개되자 셋은 네가 틀렸다, 얼빠진 놈 같다, 미쳤다고 하면서 싸움을 시작했다. 자기의 고집만 피우면서 절대로 양보할 의향은 추호도 비치지 않았다.
보다 못해 하나님께서 강림하셔서 조용히 한마디 하셨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원래는 흙이였느니라.>>
2006년 6월 1일
서울지하철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려고 플래트홈에 서면
<<이번 렬차는 xxx행입니다. xxx, xxx---를 갈 분들은 준비하여 주십시오.>>
라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동시에 벙어리를 상대하여 문자표시도 현시된다.
그런데 한걸음 늦어서 차문은 이미 닫겼는데 차를 타려고 서성대는 사람들을 경계하여
<<이번 렬차는 곧 출발합니다. 다음 렬차를 리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이 울리고 글이 흘러간다.
차를 타고 내릴 때쯤이면 다음 역은 무엇이라고 소개하고 나서
<<이번 역은 렬차와 승강장 사이 거리가 크므로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라는 충고가 귀를 간지럽힌다.
그리고 지하철역을 에르베이트로 탈려고 하면
<<오늘도 도시 철도를 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실 때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섬세한 배려까지 잊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습관되지 않은 써비스 문화이다. 중국에서는 너무나 살뜰하면 구밀복검(口蜜腹劍)을 련상하고 소름을 오싹 떤다.
남을 철저히 배려하는 자세---그것은 서울 지하철의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2006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