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차기정부의 '비핵개방・3000'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정책을 '연계론'이 아닌 '단계론'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14 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컨벤션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인수위' 통일・외교・안보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비핵개방・3000 구상은 연계론・조건론이 아니라 단계론으로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북한이 비핵개방을 실현하면 3000달러 수준의 경제발전을 지원한다는 '조건부 연계정책'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을 이명박 정권 임기 5년 내 시작조차 못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제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소장은 '비핵개방・3000'을 6자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1단계 '비핵화 단계', 2단계 개방화・정상화 단계', 3단계 '본격적인 경제발전 단계'로 구분했다.
1 단계에서는,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위해 그동안 진행되어온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을 유지하면서 '핵 불능화・신고' 등 6자회담 2단계 조치가 완료되면 10.4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추가적인 남북경협을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2 단계에서는 6자회담 3단계 조치 이행에 따라, "미국 및 일본과의 수교 지원으로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주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참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폐기 이후인 3단계에 비핵개방 3000 구상의 경협 부문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경제. 교육. 재정. 인프라. 복지 등 5대 분야의 포괄적 패키지 지원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핵화의 세부적인 이행단계에 맞춰서 10.4정상선언의 합의에 대하여 우선순위와 속도를 재조정하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맞게 엄격히 관리한다"고 제안하는 등, '비핵개방 3000' 단계화하면서도 '북핵 폐기와의 연계'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경제지원만으로 북이 비핵.개방하겠나" 반박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비핵개방・3000구상’은 북핵 폐기를 위한 해법이라기보다는 북핵 이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단계론'적 접근 자체도 북핵폐기에 연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경제적 지원만으로도 북한이 비핵. 개방을 하겠느냐"며 '경제논리'에만 치중해 있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을 꼬집으며, 남북경협이 북한의 경제난을 해결하는데 좋은 측면이 있지만, 그런 자본주의 물결, 사상오염 등 체제불안이라는 이중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북관계를 '갑'과 '을'로 규정해서, 세계 12대 경제강국인 남한이 북한을 도와준다는 것인데, 과연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을'의 의치에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차기 정권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8대 대북정책과제 중에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평화체제를 하지 않고 무엇을 할까"라고 꼬집었다.
'한미공조 강화는 북미관계 개선 지원위한 것'
이날 발제에 나선 서 소장은 이날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의 정책수단으로 '한미공조'를 강조하면서, "신정부는 '한미관계 개선'은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는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조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한미공조가 잘돼야 북한에 도움이 된다'는 등 이 당선자는 발언도 "(이 당선자가)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하고 개방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체제유지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보고, 불안감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에 중점을 두면서 북미관계 개선을 지원하고, 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구축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에 전념하는 국제환경을 조성해주고, 남북관계도 경제논리로 발전시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또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의 "목표 실현이 단기에는 어렵지만 북한이 본격적인 국제사회 편입, 경제성장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북한이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경근 중앙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후 이날 포럼을 주최한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회장 이승률)'의 정기총회가 이어졌다.
통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