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까마귀가 좀 흥분했습니다. 다시 제 정신으로 돌아왔으니, 여러분들도 그만 흥분을 가라앉이십시오..^^
힘든 세상을 살자면 지혜도 필요하지만, 인내심도 필수 조건입니다.
지금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여러분들을 바라보니, 마치 젊은 시절의 까마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적으만치 1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대낮부터 개고기 안주에 약주 한잔 하고, 길거리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까마귀 한 마리가 측은히 가로수 나무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까마귀의 단편소설 <나무 위의 현자>의 주인공입니다..^^
까마귀가 현자라면 이상합니까..^^
그 날 까마귀는 <나무 위의 현자>의 눈에 비친, 개고기 먹고 느끼한 모습의 자신을 알아보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참 개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까마귀는 한바탕 통곡을 하고 나서, 눈물을 닦고 <나무 위의 현자>를 따라 오대산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속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경이나 읽으며 조용히 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오대산에서 스님들과 한 일년 살게 되었는데, 그것이 생각밖에 인생역전의 계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자위를 하다 실수를 하고 산에서 쫓겨내려올 때는, 까마귀는 신선이 다 된 기분이었고, 장가 같은 걱정은 깨끗이 잊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다시 찾으니, 즐거음이 배로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까마귀는 지금 누구보다도 인생을 즐길 줄 압니다.
지나온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를 보니 지금까지 장가를 못간 외에는 남들보다 못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까마귀가 여자를 모른 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자가 없는 인생 즐거움이 있을까..^^
그렇다고 여자가 없는 인생이 꼭 비참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여자란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다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은 미친 짓입니다..^^
여러분, 인생을 즐기고 싶으면 머리를 깎고 길을 떠나십시오. 백두산도 오대산도 모두 신선이 서식하는 명산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속세의 느끼한 개고기 생각은 버리시고 지금부터 등산을 시작하십시오. 산꼭대기에 올라서 명산의 정기를 듬뿍 가슴에 채워넣으면 신선 못지 않습니다.
오대산도 백두산도 좋지만, 너무 멀다면 가까운 모아산도 괜찮습니다. 모아산에 오르면 신선은 몰라도 제1인자가 된 기분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모아산 정상에 오르면 저도 모르게 두 팔을 벌리고 큰소리로 외치게 됩니다.
- 연변에서 나보다 잘난 놈이 있으면 나와봐라.
- 200만 중국조선족에서 나보다 글 잘쓰는 놈이 있으면 나와봐라.
- 나야말로 연변의 첫째로 가는 대문호로다.
여러분, 그 모습 얼마나 멋지십니까?
모아산 등산에 비기면 장가 같은 건 너무 하찮은 일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인생을 즐기는 방법은 하나뿐이 아니었습니다.
- 장가냐, 등산이냐?
총각동무들, 선택은 자유입니다..^^
대신 장가를 인생대사라고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제부터 잔말 마시고 까마귀샌님의 가르침을 좀 받으십시오.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시면 장가를 못 가더라도, 적어도 장가 같은 거 걱정은 안 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 까마귀가 언제 뻥치는 거 봤습니까..^^
(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