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연·저작물 "解氷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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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연·저작물 "解氷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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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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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2004-1-14

중국 문화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공연·저작물에 대한 족쇄들이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등 제4세대 집권층이 들어선 이래 강조돼온 "정치적 신(新)사유"가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신사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결정된 조선족 출신 록가수 추이젠(崔健·42·사진)의 베이징(北京) 공연이다. 崔는 11년 만에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고 16일 1만석 규모의 서우두(首都)체육관에서 팬들과 만난다.

崔는 한국의 신중현처럼 중국에서 "록음악의 선구자"로 인정받아온 인기 가수였다. 그러나 천안문(天安門)사태를 빗댄 표현을 담는 등 체제 비판적 성향과 저항성을 보인다는 이유로 崔의 음악은 93년 이후 중국에서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모든 공연이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새 세대 영화인으로 국제무대의 관심을 끌었지만 당국의 규제 때문에 "지하(地下)의 영화감독"으로 밀려났던 자장커(賈樟柯) 감독에 대한 작품활동 제한 조치도 지난 8일 풀렸다. "샤오우(小武)""플랫폼(站臺)" 등 국제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賈감독의 작품은 "영화 제작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국내 상영이 금지돼 왔다.

제51회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이지만 역시 국내 상영이 금지됐던 왕샤오솨이(王小帥) 감독의 영화 "자전거"도 올해 초 중국 영화국의 허가를 얻어 중국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문학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시(陝西)성 출신 인기 작가로 상당히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자핑와(賈平凹)의 소설 『폐허의 도시(廢都)』가 10년 만에 금서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93년 출판돼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지나친 성적 묘사 등으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모든 계층의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제작 기준으로 삼았으나 이제 서서히 연령별 등급제 실시를 검토하는 등 발전적·개방적으로 돌아섰다"며 "전체적으로는 국제무대에서 경쟁이 가능하도록 영화 제작에 대한 이런저런 규제를 하나둘씩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사유는 비단 문화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최근 현(縣)장·시장 등 고위직들이 잇따라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행정 기본단위인 진(鎭) 수준의 대표 선출에만 머물렀던 직접선거의 바람이 점차 고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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