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육
때깔고운 거지는 배를 안 곯는다는 속담이 있다. 밥을 빌든 돈을 구걸하든 옷을 반반하게 입어야만 사람들이 동냥을 잘 준다는 말이다.
그래서 옷이 날개라는 말이 생겨났다. 옷은 몸의 흠집을 가려준다. 처진 배를 숨기어주고 남모르는 상처도 감추어 주고 거기다가 대머리는 또 가발까지 동원한다. 그리고 귀에는 귀걸이, 목에는 목걸이, 손가락에는 반지, 그것도 모자라서 요즘에는 배꼽에도 다이아 몬드를 박는다. 발이 보일까봐서 양말을 신고 손이 못생기면 수갑까지 끼고 눈이 멀면 색안경을 코언저리에 얹어준다. 영국영화 <<백만장자>>에서 거지한테 백만원짜리 수표 한 장 쥐어주고 옷 한 벌 잘 해 입혀서 거리에 내보냈더니 사회 전체가 아양을 떨기에 분주했다. 후에 거지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언제 그랬더냐 싶게 아닌 보살하고 등을 딱 돌려 버렸다.
때와 장소에 맞게 신사숙녀차림을 하기 위해 인간은 모지름을 쓴다. 명브랜드를 못 살 수준이면 위조품이라도 사서 고귀한 듯이, 부자인 듯이 어깨를 들썩이면서 다닌다. 마치도 바로 이같이 사는 것이 인간의 정도인 듯이 알고들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들 때 옷을 함께 만들지는 않았다. 남녀불문하고 실 한 오리 걸치지 않고 뛰어 다녔다. 남자가 여자를 보고 여자가 남자를 보고 흉을 보거나 이상하다고 찬찬히 뜯어보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몸에 무언가 걸치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했다.
참 인간의 참 모습은 벌거벗고 와서 벌거벗고 가는 것이다. 옷과 인격은 무관하다. 가식을 버리고 진실 그대로 살자.
2006년 5월 31일
인간교육
모아산 등산로에 오르면 숲 속 나무 허리에 동여맨 붉은 댕기천이 쉽게 눈에 띠운다. 등산로 표시인줄로 오해하기도 쉽다. 아니면 모아산 자연보호숲이라서 특별 나무에 대한 표시로 넘겨짚기도 쉽다.
궁금하다면 당신이 그 옆에 다가가서 댕기를 풀어보라. 이것도 저것도 아님을 대뜸 깨닫는다. 그것이 무엇인가? 어느 날 우연히 유난히 넓은 천이 매여 있길 래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더니 누군가 산신령께 제를 지내고 소원을 적어서 달아맨 것이였다.
읽어보았다. 산신령께서 보호하사 자식이 출세하여 높은 관직에 오르고 사업에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도록 해달라는 소원이 적혀 있었다.
모든 것은 노력한 것만치 얻어진다. 빨간 천이 아니라 칠색 단에 금빛 찬란하게 글을 쓴다고 해서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고관대작이라고 해서 인생의 성공이 아니고 백만장자라고 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깨끗한 천에 깨끗하지 못한 마음을 적어서 걸어놓은 천을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간교육을 외면하였는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는 량식이 없어서 배를 곯지 않는다. 우리는 물이 없어서 갈하지 않는다. 정신적인 량식, 정신적인 물이 없어서 정신적으로 굶주리고 갈증에 모대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최고가 되라고 부추기는 상호적대의 교육이 아닌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는 인간교육이 절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2006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