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동북3성 조선족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연출 김종일)를 17일 밤10시 55분 방송한다.
지난 2003년 12월 9일. 조선족 불법체류자 김원섭씨는 도로변에서 얼어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112 발신번호가 13번이나 찍혀 있었고, 그가 발견된 자리는 파출소에서 불과 40여 미터 떨어진 곳이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그의 고향 흑룡강성 가목사시의 작은 마을 모습은 그의 죽음이 현재 중국 조선족 전체의 운명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족으로만 구성되어 200여 호 남짓하던 마을이 한국으로, 또 도시로 떠나가 이제 30여 호만 남았고, 그나마 대부분이 병든 노부모들과 이들의 손자들뿐 이었다.
그 중 상당수는 7,8년 넘게 불법체류 중인 부모를 보지 못했고 이혼한 부모의 아이들이 많았다.
조선족 말로 수업하던 학교는 양로원으로 바뀌었고,아이들 중 대부분은 이제 한족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연길의 한족 고중(고등학교)에서 1, 2등을 다투는 윤미(고1)는 조선족이지만 용정 출신의 시인 윤동주와 서시(序詩)를 알지 못해 충격을 주었다.
조선족 학자들은 한국에서 들끓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조선족 사회의 해체 문제가 더 심각하며,한국에서의 불법체류 문제가 그 핵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브로커 비용을 갚기 위해 농사 짓던 땅을 한족에게 팔고 또 장기 불법 체류하는 와중에 가정이 파괴되고, 홀로 한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조선족 말을 잃어가고…,10년 내에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자치권이 박탈될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당 간부였다는 사람이 은밀히 내민 문건에는 지난 2002년 연변 자치주 50주년을 맞아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국주의 교양 학습활동인 3관 교육(민족관,조국관,역사관)에 대해 자세히 씌어있었는데, 특히‘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공민에게는 오직 하나의 조국 중국밖에 없다"라는 조국관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던 교육 도중 한족 강사와 조선족 당원들과의 마찰이 심해 현재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길림성 인민대표대회 인민대표이면서 기업가인 조춘자씨는 자신에게조차 한국에 갈 때마다 초청장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전근대적인 태도나 서경석 목사의 감성적인 국적회복운동은 모두 조선족 사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처사라고 지적한다.
동북 3성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조선족 사회를 밀착 취재하여 국적 회복운동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조선족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민성진기자 bro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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