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아 나무와 네후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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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아 나무와 네후아꽃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8.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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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88>

 흔히, 사랑에는 국경도 종교도 인종도 없다고 한다. 강한 사랑은 어떠한 장애물도 극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나라와 신앙, 또는 가문이나 민족을 초월하여 이루어지는 사랑을 가끔 보기도 한다.

 

  또, 사랑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는 강한 사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랑을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를 우리는 가끔 보고 듣는다. 그럴 때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동이 오래 동안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곤 한다. 그것은 사랑을 위한 삶이요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숨까지도 버리는, 오직 사랑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어서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하와이 섬에도 이런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하와이(Hawaii) 섬은 이 군도에서 가장 커서 ‘빅 아일랜드<큰섬>'라고도 불리는데, 커다란 킬라우에아(Kilauea)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약간 타원형인 이 분화구는 지름이 1㎞나 되는데 해발 1248m의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분화구 안 여러 곳에서는 아직도 하얀 수증기가 뿜어 오르고 있다. 지금도 화산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분화구의 동남쪽은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다가 식어서 된 용암바위 언덕 마누아 울루(Manua ulu) 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용암 물결이 흘러가던 모습 그대로 수많은 주름 무늬를 한 채 언덕과 계곡을 온통 새까맣게 덮고 있다.

 

  분화구와 용암지대 사이에는 잡초들과 함께 크고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선 숲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엉성한 숲에서 줄기와 가지가 모두 까만데 꼭대기에 빨간 꽃이 핀 나무를 볼 수가 있다. 온통 새까만 나무 위에 빨간 꽃이 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유난스럽게 보인다.

  이 나무에는 겉모습 못지않게 특이한 사랑의 전설이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숭고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옛날 이곳에 '네후아'라는 처녀와 '오히아'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여 하루도 떨어질 줄 몰랐다.

 

  이런 소문을 들은 화산의 여신은 그 청년을 만나보았다. 그리고는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여신은 청년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 청년은 “내게는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고 거절하였다.

 

  청년에게 미친 여신은 매일 졸랐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에 견디다 못한 여신은 이렇게 선언했다.

 

  “나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용암 불에 넣어 새까맣게 태워 나무로 만들어버리겠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이렇게 거절하였다.

  “차라리 죽어서 나무가 될지언정 애인을 버리고 당신과 결혼할 수는 없다.”

  여신은 끝내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청년을 용암 불에 넣어 까만 나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런 줄을 모르는 처녀 네후아는 청년 오히아를 찾아 여러 날을 헤맸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마을 사람이 화산의 여신이 납치했음을 일러 주었다. 그녀는 곧바로 여신을 찾아가 청년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여신은 거절하였다. 네후아는 울며 애걸하며 여신에게 간청하였다. 여신은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용암 불에 넣어 까만 오히아 나무로 만들었다. 너도 계속 귀찮게 굴면 불 속에 구워 저 오히아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아 버리겠다."

  이 말을 들은 처녀는 이렇게 말하고, 활활 솟아오르는 용암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죽어 오히아 나무가 되었다면, 나도 차라리 죽어 그와 함께 있겠다."

 

  여신은 그 깊은 사랑에 감동되어 빨갛게 타고 있는 그녀를 얼른 꺼내어 네후아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까만 오히아 나무 위에는 빨간 네후아꽃이 피게 되었다고 한다.


  죽음도 마다 않는 사랑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명을 준다. 하와이 섬의 오히아 나무와 네후아꽃의 이야기도 그랬다. 아직도 그 감동이 가슴속에 남아 가끔 되살아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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