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호길 칼럼]

오늘날 한국은 조선족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이국타향만은 아니다. 대통합민주당 정동영후보의 설법을 빈다면 한국은 이미 조선족들의 경제적 ‘영토’요 문화적‘영토’요 생활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30만 명을 바라보는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노무활동을 하고 있고 연변과 동북의 수많은 조선족가정이 한국으로 의식주행을 해결하고 자식을 키우고 어르신들을 봉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재난은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날 우리는 뇌봉을 본보기로 “자신을 잊고 남을 위하는”대공무사(大公無私)한 정신을 발양하여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 이로운 일들을 찾아한 바 있다. 또 나라를 위하고 집단을 위하고 타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선뜻이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노무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그때 그 넓은 흉금과 훌륭한 성품을 지닌 세대들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인들의 눈에 ‘돈밖에 모르는 조선족’으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물론 뒤늦은 개혁개방과 뒤처진 경제력으로 인한 돈에 대한 집착이 주원인이겠지만 각박한 자본주의와 배타적인 한국사회도 한몫을 한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30만 명을 바라보는 재한조선족사회로써는 체구가 작고 몸놀림이 미비하다. 우리는 응당 “해란강도 노래하고 장백산도 춤추는” 모습으로 한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또 태안과 같은 재해지구는 물론이고 주변의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생활화함으로써 ‘돈밖에 모르는 조선족’에서 인정미 넘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민족의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혹자는 한국인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주저한다. 그러나 정작 그것 때문에 우리는 본모습을 찾아 보여주는 오기가 필요하며 자원봉사를 통해 돈이 아닌 마음으로 정성과 믿음으로 한국사회와 어우러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태안의 바다와 갯벌의 생태환경을 회복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과 인적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노무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의 재난을 회피해서는 안 되며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기간만이라고 한국사회와 더불어 태안기름유출사고와 같은 재난성 사건을 주목하고 관심을 돌려야 한다. 특히 한국이 경제적 ‘영토’이고 문화적‘영토’이고 생활의 ‘영토’인 재한조선족사회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moraean@yahoo.co.kr)
2008년1월10일 연길에서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