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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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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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산 칼럼>
  2006년 5월 22일 밤 나는 심양에서 연길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밤 비행기가 그 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비행기 뙤창으로 하늘의 별을 쳐다보고 땅의 불빛을 굽어보면서 감상에 잠긴 것도 그 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천상의 별빛과 천하의 불빛을 하나로 연계시켜 생각하기는 그 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날 창가에 서서 저 멀리 모아산 위에 걸린 별들을 동경의 눈길로 바라본다. 저 별중 어딘가에도 생명이 있고 인류와 같은 생물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지구에 사는 우리들처럼 비참한 삶을 치렬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정녕 래생이 있다면 은하수 너머 아름다운 별에 태어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낮 비행기를 타든 밤 비행기를 타든 비행기 탈 때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집 창가에서 동경의 눈길로 별 하늘을 쳐다보듯 밤 비행기위에서 불야성을 이룬 발밑 인간세상을 굽어본다. 사고가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착륙하여 달라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그런데 그 날 별빛 넘치는 하늘과 불빛 찬란한 땅 사이에서 나는 별이 쏟아져 내려 불빛이 되고 불빛이 반사되어 별로 보인다는 엉뚱한 상상에 마음이 잡혔다. 별도 불도 빛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공간에서 나는 제한된 속도로 순간의 시간을 날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주는 결코 인간이 가닿지 못하는 고장으로 한낱 동경의 대상일 뿐이고 조만간에 이 몸이 잠길 인간세상 역시 마음의 안식처가 아님을 발견했다. 불야성, 그것은 밤만 되면 담장과 건물 전체를 대낮같이 밝히는 감옥의 불빛으로 안겨왔다. 죄범들을 담장을 넘어 탈출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도수 높은 전등불에 부나비들이 달려들었다가 무수히 데어 죽는다. 도시를 밝히는 불야성 속에서 인간은 부나비나 다를 바 없다.   


  별세계는 동경의 대상이고 지상세계는 불안의 소굴이다.

   200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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