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르바이트 학생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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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르바이트 학생 <81>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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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

슈퍼마켓이 끝날 무렵이었다.

한 중년 여인이 들어서며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이곳에서 물건을 살 때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열쇠를 주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여인은 쓰레기를 버릴 때 함께 버린 것 같단다.

그러면서 쓰레기통을 뒤져보자고 하였다.

 

청소를 하려던 아르바이트 학생은 난감해하였다.

쓰레기를 뒤지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보다 퇴근을 한참 늦게 해야 하는 것이 더 싫었다.

망설이던 그는 쓰레기통을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냄새 속에서 쓰레기들을 헤치며 찾아보았다.

여러 개의 쓰레기통을 다 뒤져도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두 손은 쓰레기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 학생은 허리를 펴며 손등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정중히 말을 하였다.

“혹시 다른 곳에서 나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여인은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는 말없이 돌아갔다.

그 학생은 뒤늦게 청소를 하고 퇴근을 준비하였다.

미안한 마음에서 주인이 한 마디 하였다.

“공연히 쓰레기통만 뒤지느라고 고생했구먼. 퇴근도 못하고.”

 

그러자 그 학생은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은 왕이니까, 왕의 실수도 감수해야지요.”

그리고는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주인이 혼잣말을 하였다.

‘불평할 일에 큰 적선을 한 사람 같군.’

주인은 그 학생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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