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우의 수필 >
슈퍼마켓이 끝날 무렵이었다.
한 중년 여인이 들어서며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이곳에서 물건을 살 때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열쇠를 주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여인은 쓰레기를 버릴 때 함께 버린 것 같단다.
그러면서 쓰레기통을 뒤져보자고 하였다.
청소를 하려던 아르바이트 학생은 난감해하였다.
쓰레기를 뒤지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보다 퇴근을 한참 늦게 해야 하는 것이 더 싫었다.
망설이던 그는 쓰레기통을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냄새 속에서 쓰레기들을 헤치며 찾아보았다.
여러 개의 쓰레기통을 다 뒤져도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두 손은 쓰레기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 학생은 허리를 펴며 손등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정중히 말을 하였다.
“혹시 다른 곳에서 나오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여인은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는 말없이 돌아갔다.
그 학생은 뒤늦게 청소를 하고 퇴근을 준비하였다.
미안한 마음에서 주인이 한 마디 하였다.
“공연히 쓰레기통만 뒤지느라고 고생했구먼. 퇴근도 못하고.”
그러자 그 학생은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은 왕이니까, 왕의 실수도 감수해야지요.”
그리고는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문밖으로 나섰다.
주인이 혼잣말을 하였다.
‘불평할 일에 큰 적선을 한 사람 같군.’
주인은 그 학생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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