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세계는 하나의 국가이고, 현대는 동시시대(同時時代)이다. 한 국가(國家)나 대륙(大陸)이 각기 혼자 존립될 수가 없다. 문화와 문명의 급속한 발달은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함께 하는 세상으로 바꾸어놓았다.
세계적인 주요 신문들은 거의 동시에 세계 각처헤서 인쇄 배달되고 있으며, 방송은 시시각각으로 온 세상에 동시에 갖가지 뉴스를 전해주어 동시생활(同時生活)을 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은 직장이나 집에 앉아서도 온 세계의 각종 정보들을 쉽게 얻고, 사정(事情)을 이해하게 하며, 여행 중이나 산속이나 해수욕장에서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과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지구를 한 생활권(生活圈)으로 만들어놓고, 현재를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보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몇 십 년 전만 해도 생각도 못하던 삶을 학 있다. 아침을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1만 피트의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즐기고, 뉴욕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날 서울에는 수십만의 각국 각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며 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 주요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자국민(自國民)들만이 사는 것이 아닌, 어느 나라 어떤 민족과도 함께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민족(民族)에 따라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긍정이 아닌 부정의 표현이란 것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귀엽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여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마존 유역의 삼림 화재가 온 지구의 기온과 날씨에 변화를 일으키고, 중국 신강성이나 몽골 고비사막에서 시작된 황사(黃砂)가 수천만 리나 떨어진 아시아 동쪽 한반도의 하늘을 뒤덮는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중동 지역의 원유 감산이 여러 나라의 휘발유 값 상승을 불러오고, 미국 증권시장의 기침소리가 우리의 주가를 폭락하게 만드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세상에서 사는 우리는 나만의 생각과 느낌만 주장하고, 내 방식대로만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만 잘 살거나 사람만 잘 살 수 있는 세상도 이제는 지나가고 있다. 서로 더불어 살고, 모든 생명체와 함께 살아야 하며, 무생물까지도 함부로 파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세계가 한 나라요 지구 전체가 한 집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문학(文學)도 변화를 해야 한다. 한 국가나 대륙을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여러 국가와 대륙에 걸친 것들을 다루고, 같은 문화권을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이종(異種)이나 다종(多種) 문화의 공존과 갈등까지도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밝은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와 토끼를 상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공위성이 보낸 사진들을 보며 물도 없는 죽은 산하(山河)임도 생각해야 한다. 바닷가를 거닐며 아름다움과 낭만을 즐기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래 속 생물들의 삶도 고려할 줄 알아야만 한다. 이미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환경문학(環境文學)이나, 인류와 생물의 삶과 생존을 파고든 생명문학(生命文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학(文學)은 자기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과 사색만으로는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그런 속에서 나온 문학이 훌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원고지에다 직접 글을 짓는 것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창작하는 것과의 차이(差異)와 공존(共存)을 말하는 것이다. 출판만 해도 인터넷으로 보내고 컴퓨터로 편집하여 출판하지 않고서는 감당해낼 수가 없게 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와 문화 문명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서는 문학도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오히려 그러한 것들을 보다 빨리 보다 효율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함으로써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적극적인 새로운 인식과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認識)과 태도(態度)의 변화(變化)를 통하여 우리는 온 세계와 모든 세계인을 이해하면서 문학 창작과 활동도 새롭게 변신(變身)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문학은 우리만의 문학이 아닌 온 세상의 문학으로, 사람만을 생각하는 문학이 아닌 모든 생물을 배려하는 생명 존중의 문학으로, 나만의 삶이 아닌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삶의 문학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문인들은 경험과 견문, 사색과 상상을 넓히고 다양화하여야 한다. 문학도 문인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 하고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문인들의 책임은 더욱 중시되며, 문인들의 노력이 크게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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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상지대.연변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남한강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