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와 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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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와 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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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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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땅에서 살 수 없는 조선족동포의 애끓는 恨끝나야

외면한 천부적 권리,불법체류자 양산

요즈음 서울조선족교회는 동포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국국적 회복운동에 참가하는 조선족동포들 때문이다.
11월 9일 현재 신청자의 숫자는 5천명이 넘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신청하는 동포의 대부분은 한국에 온지 4년이 넘었지만 지금 당장 중국에 돌아갈처지가 못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훨씬 더 근본적이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들 조선족동포들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도저히 한반도에서 살 수 없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다.
해방 후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전부 귀국했지만 유독 만주로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北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면서 귀국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1992년 한중수교이후 한국정부는 이들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들은 1948년 제정된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에 의해 전부 한국국민이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국국민임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일제치하에서는 상해 임시정부에 세금까지 냈다. 대한민국 정부가 상해임정의 법통을 이어 받았다면 당연히 이들 상해임시정부의 국민들을 한국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지만 합법의 길이 없어 이들은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지금은 추방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이땅에 할아버지 묘지가 있고, 내 호적도 있고, 사촌도 여기 사는데 왜 나는 추방당해야 하는가하고 절규한다.

한국이 사는 길
■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3D업종의 인력난 때문에, 더구나 노인층은 늘고 인구는 감소 추세여서 더욱 그들이 필요합니다. 외국인력보다는 우리 핏줄인 조선족이 들어와야합니다. 또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에도 이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에 불신이 커서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조선족이 한국인이 되어 다시 중국으로 나가면 신뢰는 크게 회복된다.

■ 향후 단계적인 국적 회복으로 동포에게 국적을 주어도 막상 취득할 사람은 60만명을 넘지 않는다. 중국에서 잘 사는 동포는 국적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 또 한국에 왔다가도 나이가 들면 다시 물가가 싼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서 돈을 번 후에도 더 큰 경제적 기회가 있는 중국으로 돌아간다. 60만명이 많은 것 같으면 단계적으로 국적을 회복하게 하면 된다.

중국조선족사회가 사는 길
■ 민족공동체의 根幹인 우리말
동포가 원할 때 한국국적을 주면 동포사회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정부는 마치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듯 조선족이 빠져나가지않도록 이들을 우대할 것이다. 또 한국국적 회복은 소멸 위기에 처한 동포사회를 유지시키는 처방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在美·在日동포처럼 조선족 아이들이 한족학교로 옮기면서 우리 말을 잃는 것이다. 중국 말을 잘 못해 한국으로 왔던 조선족들이 다시 중국으로 쫓겨가면서 자식에게 악착같이 중국 말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선족의 漢族化>가 급물살을 탄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없어 우리 말을 잃으면 그가 바로 漢族이다. 그러나 한국국적을 준다고 하면 동포들은 자기 자식에게 악착같이 우리 말을 가르치게된다. 자식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이 길이 <조선족의 한족화>를 저지시키고 동포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중국 정부가 반대하는가?
■ 중국 정부에도 도움되는 일중국 정부도 이 운동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중국도 화교들에게 국적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포 1세에게 국적을 줄 때 중국은 항의하지 않았다. 이제는 국적보다 언어가 중요하고, 이 방법으로 그들이 우리 말을 유지하여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중국 정부도 지지할 일이다. 동포들이 무참하게 중국으로 추방되지 않고 <고향에 돌아와 살 천부적 권리>를 되찾도록 한국 국민의 도움을 눈물로 호소하는 것이다.
이번에 동포들이 국적회복운동을 하는 것은 진짜로 국적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다. 이 권리가 회복된 후에 그 때 가서 동포들은 각자 자유롭게 국적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이들 5천명이‘배은망덕하게 중국을 등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조선족동포의 문제를 국적법으로 해결하지 말고 재외동포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다만 문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이미 재외동포법에 대해서는 중국정부가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 몇분이 재외동포법과 관련해서 중국방문을 하려 했는데 중국정부가 아예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이유는 내정간섭이었다. 재외동포법은 중국국민인 조선족을 상대로 한 법이기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정부는 자기들의 재외동포를 특별대우하지 않는가? 아니 특별대우 한다. 다만 중국에는 재외동포법과 같은 법은 없고 대신 행정조처로 동포들을 우대한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한국이 재외동포법으로 조선족동포를 우대하려는 것을 반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국정부과 국회는 중국정부의 신경을 거스르는 입법은 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정부와의 현안이 많은데 동포문제로 중국정부와 등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재외동포법으로 동포들을 돕는 것도 불가능한데 국적회복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사실이다. 그러나 어차피 시간이 걸릴 일이면 정공법으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재외동포법으로 풀든 국적법으로 풀든 정부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사진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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