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넓은 세상에 짧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여행이 많이 커버해주니 말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호기심과 신비감의 만족과 충족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그런데 여행자들 제일 골치 아픈 거 하나가 바가지콤플렉스다. 형형색색의 토산품들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런데 사자니 바가지요금을 안기지 않는지~ 맞아, 바가지요금이다하고 제풀에 놀라 구매욕이 쏙 수그러들고 만다. 그래 집에 돌아가서는 샀어야 되는데, 샀어야 되는데 후회막급이다가 인편에 다시 부탁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한다. 바가지콤플렉스에 놀아난 것이다. 인간의 악마 같은 존재와 요사한 존재가 만들어낸 바가지콤플렉스. 이 바가지콤플렉스는 우리를 괴롭힌다. 특히 여행의 암적 존재다. 즐거운 여행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그러니 우리는 이 바가지콤플렉스를 떨쳐버려야 한다.
자, 그럼 바가지콤플렉스를 떨쳐버리는 비결 공개.
아예 안 사는 원칙. 아무리 싸게 주니깐 사라고 물고 늘어져도 본체만체 안 사주기. 그런데 이것은 너무 소극적이고 쫀쫀하다 보니 쉽게 기분 나쁘게 번질 수 있다. 그러니 적극적이고 대범하게 생각해보자. 모든 것은 생각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래 道적인 경지로 생각을 바꾸어보자. 적어도 道敎적인 경지로 말이다. 大音稀聲, 大象無象이 아니냐. 그러니 大買無買 경지를 창출하면 된다. 아무 것도 안 샀지만 모든 것을 산 듯한 그런 느낌. 여기에 身外之物 운운까지 곁들이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정말 物外에서 노는 道적인 경지를 맛보게 된다.
그리고 가령 바가지를 썼다고 하자. 바가지를 썼으니 기분 좋을 리 없지. 그렇다고 안달아 해보았자 내속만 더 상하기. 그러니 아Q적인 정신승리법이 없지 않아 있지만 베푼다고 생각하면 홀가분하다. 거지한테 베푼다는 그런 식 말이다.
내 소비수준에서 놓고 볼 때 바가지가 아니다는 생각. 일반적으로 자기 나라보다 뒤떨어진 나라에 가면 돈이 맥 있어 진다. 그래서 일반 소비는 느끈이 감당할 수 있다. 그 나라 생활수준에서 보면 비싸게 바가지를 쓴 것 같지만 자기 나라 수준에서 보면 그리 부담되는 소비는 아니다. 내 소비가 감당할 수 있을진대 왜 하필 바가지로 생각하겠는가? 기분 나쁘게 스리 말이다.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진짜 베푸는 신사숙녀 스타일도 이런 것이다.
적어도 이 몇 가지를 뇌리에 떠올려보면 바가지콤플렉스는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200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