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 먹는 돈, 더러워! 퉤 하고 땅에 던져 보았다(나는 이렇게 부실하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개미떼들처럼 달려든다. 너도 나도 줏겠느라고. 에익, 사람들 개보다 더 더럽다.
나는 매일 강의를 한다. 학생이고 자시고 고 새별 같은 눈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금전으로 되어 보인다.
식당에 손님들이 와자작 들어온다. 순간 식당사장의 눈에 와그르르 돈이 굴러들어오는 모습으로 변한다.
의사는 병 주고 약 준다. 죽기는 바라지 않는다. 죽지 않고 겔겔 하면서 비싼 약 많이 쓰기 바란다. 병 주고 약 주기의 아이러니, 이 역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지? 세계 예술거장 챠플린은 자기의 영화『도시의 빛』인가에서 아이가 유리를 깨면 어른이 가서 해 넣어주고 돈을 버는 이 세상 돈에 얽힌 황당한 먹이사슬의 세태를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돈이 생겨나서부터 이런 거다. 見錢眼開가 아니냐? 돈이 우상이다. 그러니 세계문학사에 3대 수전노가 생겨나지 않았느냐? 쉐익스피어 주인공의 돈타령-검은 것을 희게 하고 파파 늙은 노파를 새파란 처녀로 둔갑시킨단다. 우리 문학사의 흥부의 돈, 돈, 돈 돈타령...
나는 요새 이상한 병에 걸렸다. 돈병에 걸렸다.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는지 아랫도리가 맥이 쫙 빠지는 것이 두 다리가 휘청휘청해난다. 그래서 부부 간에 천륜지락이고 자시고 정말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나의 거시기는 돈을 보면 흥분한다. 그래서 우리 마누라가 그 짓을 하고 싶으면 야, 돈 봐라! 하고 빨락빨락 백 원 짜리 한 장 내들고 꼬신다. 그러면 그 놈은 슬슬 발동이 걸린다. 그기에 야, 한 장 더 하면, 좀 더 머리를 쳐들고, 잘 한다, 또 한 장 더 하면 머리를 중천에 들고 , 잘 한다, 또 한 장 더 하면 완연한 고사포가 된다. 그래서 우리 마누라가 나에게 지어준 이름-남자기생.
2007. 11.13
하늘을 쳐다 봐!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짧은 인생에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요 연길 좁은 세상에만 맴돌아 치겠나, 이 넓은 세상에 말이다. 이렇게 생각만 하면 나는 곧 바로 떠나간다. 저 멀리로.
기차를 탄다. 지겹도록 타는 기차에 좀 질린다. 그래서 옆에 사람과 말을 걸어본다. 그런데 말은 한두 마디 안팍에 끊기고 만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는 말을 하기 싫어하는 법인가봐. 그래서 저 앞에 예쁜 처녀동지를 미학적으로 감상한다. 그런데 그 처녀동지는 나의 정겨운 눈을 ‘流氓’이라는 한 마디 말로 밀막아 버린다. 참,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말할 사람이 없고 보아 줄 사람이 없다. 외롭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차창으로 저 먼 산, 먼 하늘을 바라보기. 세월아, 네월아, 하루 종일 쉼 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영혼은 흰 백지상태가 되고 만다.
나는 이 백지상태의 영혼으로 이곳저곳을 헤맨다. 이곳저곳을 헤매다보면 오만가지 사람을 다 만나건만 나는 늘 외롭다 못해 쓸쓸해난다. 그러면 나의 영혼은 멍해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떠났던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여기에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는 만나 왁자지껄 한 잔 하며 잘 놀아댄다. 그런데 나는 계속 외롭고 쓸쓸하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처럼 자기를 알아 줄 사람이 어디 있나 말이다. 자기 스스로도 자기를 잘 모르는 인간이 아니냐? 그래서 옛 사람들은 말했던가, 한 생에 知己 하나만 생겨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그래서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오늘도 산을 찾아 간다. 李白의 ‘相看兩不厭, 只有敬亭山’의 「獨坐敬亭山」을 외우며. 산꼭대기에 앉아, 외롭고 힘이 들 때는 하늘을 봐!하고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