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인간은 분명 적중함보다 작은 것에서 미를 찾는 경향도 있다. 작은 것의 미가 바로 그것이겠다.
멋대가리 없이 훌쩍 커버린 어른보다는 강보에 싸인 어린이가 고와 보인다.
우리가 애완용이라고 키우는 것들도 보면 전부 손에 가지고 놀게 좋도록 작은 것. 큰 개가 아니고 강아지... 이런 거.
커쿨지게 큰 남자보다는 가날프게 작은 여자가 곱다.
조비연, 중국 한나라 때 미인. 작은 미인. 너무 작아 한성제의 손바닥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고 한다. 정말 매미허리에 버들가지 같은 작은 유연함에 바레라도 추었겠지.
등소평, 이름처럼 작고 평평한 머리. 큰 것들은 쿵 하고 넘어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 해도 넘어졌다가는 다시 일어나군 하는 영원히 넘어질 줄 모르는 오또기. 작은 고추 매운 식의 작은 거인. 이런 역설이 등소평을 더 없이 멋있는 사나이로 만든다.
서양사람과 우리 동양사람을 비하면 우리 동양사람이 작다. 육식을 하는 그들과 곡식을 먹는 우리의 차이라 할가. 서양사람은 키가 큰 만큼 주먹질 권투에 능하다. 그러나 작은 우리는 아랫도리 발놀림을 잘 한다. 중국의 무술이고 한국의 태권도라는 것도 주로 이런 발놀림이다. 키가 작은 한국군인하고 키가 큰 미국군인이 싸움을 할 때 키가 작은 한국군인이 발놀림으로 키가 큰 미국군인의 아랫도리를 공격하면 이기기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한다. 그 거시기라는 것도 그렇단다. 여자들 꺼는 잘 모르지만 남자들 꺼는 분명 ‘양놈’들이 우리보다 크단다. 그래서 우리를 기죽게 한단다. 그런데 우리 것은 작지만 그들보다 더 빻빻하게 뻐기고 고사포를 더 멋지게 쏴댄단다.
사실 이런 힘의 논리만이 아니고 작은 취미를 많이 드러내는 우리 동양은 바로 이 작은 것으로 승부한단다. 미국사람, 마우제이의 한 종류. 기발한 창의력은 있어 기상천외의 희기한 것을 잘도 만들어낸다. 반도체 라디오, 처음 그들이 만들어낼 때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정도로 컸다고 한다. 그런데 모방을 잘 하는 일본이 어느새 모방하여 포켓 반도체를 만들어내니 그것이 세계에 유행했단다. 그리고 미국에서 컴퓨터를 집채 같이 크게 만들어내니 일본에서는 깜찍하게 만들어내고 냉장고를 우둑지게 만들어내니 산듯하게 만들어내고...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어들이는 격. 그래서 미국에서 무슨 세계지식재산권보호니 하는 것을 만들어내기에 용을 뺏다는 것이다. 깜직한 소일본은 분명 작은 것의 미의 재미를 톡톡히 본 듯하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한국의 석학 이어령이 지적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정말로 적중하다.
나는 조 작달마한 새기들이 어떻게 시집가지 하고 항상 노파심을 태울 때가 많다. 그런데 고 작달마한 새기들이 시집만 잘도 간다. 나는 한국 드라마『소문난 칠공주』를 보면서 고 조그마한 땡칠이를 누가 데려갈고 하고 은근히 근심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법대생이 프러포즈고 자시고 막 달려들지 않는가? 고 작지만 또르르한 땡칠이의 눈에 법대생은 빠져들고 말았네.
세계 많은 도시를 죽 살펴보면 수도는 한 개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것의 중심지가 되면서 인구, 면적 할 것 없이 비대해진다.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 보니 사람이 귀찮아질 때가 많다. 그러나 저 흑룡강 북대황에 사람이 하도 적다 보니 사람을 보기만 해도 반가울 때가 많단다. 비대해진 수도를 줄이기 위해 왕왕 주위에 작은 위성도시를 건설하여 인구의 흐름을 유도한다. 나는 북경이나 상해 같은 큰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 하나 만나자해도 버스 타고 택시 타고 지하철 타고 찾아가기가 바쁘다. 만나는 즐거움보다 가는 과정이 더 고통스럽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기가 반갑지 않다. 아예 포기하고 싶을 때가 더 많다. 나는 우리 연길을 좋아한다. 걸어서 1시간 이내로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든지 가 닿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연길의 아담사이즈보다도 작아 보이는 1시간 생활권이 참 좋다. 현재 연룡도니 뭐니 하며 큰 도시를 만든다고 야단들인 것 같은데 나는 그리 반갑지 않다. 현재 내가 잠간 와 있는 가히 세계적으로 제일 큰 도시라고 할 수 있는 3200만 인구의 중경직할시를 보니 시내에서 한 번 옮기는데 차만 타다나면 하루해가 어느새 다 가고 마니 좋은 세월 다 보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땅이 넓은 중국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워낙 출장을 가기 좋아하고 여행을 하기 좋아하는데 정말 내 인생에 지겨운 차속에서 보낸 시간만 해도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안티테제로 한국을 좋아한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1일 생활권의 소한민국이 좋다. 하루면 온 나라 어디든지 휘젖고 다닐 수 있어 좋다.
어느 경제학자의 말을 들어보니 현 단계 전 세계가 시장경제의 네트웍으로 돌아가는 마당에는 덩치가 작은 나라가 기동영활하게 잘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어 좋단다. 같은 논리로 대기업이나 그룹보다는 중소기업이 시장경제를 휘젖고 다닐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한다.
우리는 어쩌면 분명 작은 것을 더 선호해 왔다. 러시아 마우제이 큰 명태보다는 우리의 작은 명태가 더 맛있고 좋다. 한족들 큰 오이보다는 작은 조선오이가 더 좋고, 한족들 큰 고추보다는 작은 조선고추가 더 맵고 맛있고. 그렇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