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연재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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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43)
  • 김석
  • 승인 2007.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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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 처녀동무들에게(8)

총각동무들, 장가가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를 놓치면 까마귀처럼 노총각이 되어버립니다.

 

총각에서 노총각이 되기까지 그 과정은 다 익은 사과알이 언제 따먹힐지 모르는 것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납니다.

 

세상 처녀들이 따먹는다면 싫어하는 것처럼, 노총각도 노총각이라고 부르면 싫어하는 것처럼, 싫어도 그 시각은 찾아옵니다.

 

수면 밑에서 누구도 모르게 조용히 기어가는 왕바(자라)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면, 까마귀는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번쩍 뜨니 어느새 서른 고개를 넘긴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시절이 모두 흘러가버렸고, 여자들의 짧은 청춘을 동정하던 까마귀의 처지가 곤란해졌습니다.

 

이젠 엉덩이도 커질 만큼 커졌고, 똥배가 배짱을 부리기 시작하니, 암만 수영을 해도 옛날로 돌아가기는 다 글렀습니다.

 

창가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까마귀는 넘 우울합니다.

 

창밖에서는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늦가을의 몇 개 안 남은 은행나무 잎이 가을비에 푹 젖어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청춘은 영원하리, 어느 할 일 없는 놈이 지랄하고 있네요.

 

이건 절대 까마귀가 한 말이 아닙니다. 까마귀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속적입니다. 시를 써도 그렇고 잡글을 써도 그렇습니다.

 

즉 인간에게 도움이 안 되는 말은 안 합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여러분에게 아주 값진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요?

 

번데기가 예쁜 나비로 변신하는 순간, 나비는 반드시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게 뭔지 아십니까?

 

- 그 사이 연애를 몇 번 해봤더라..^^

 

총각이 털을 벗어버리고 노총각이 되는 순간, 여러분들의 사유는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마치 쩍하면 지나온 역사를 돌이키는 어느 멍청이처럼, 유치원 다닐 때 소월이 생각이 나고, 소학교 다닐 때 명월이 생각이 나고, 고등학교 다닐 때 호월이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대신 까마귀는 대학을 다닐 때 술집에서 자주 만난 모모에아가씨 생각이 나고, 대학원 다닐 때 지하철에서 팬티를 훔쳐본 미니 스커트 쥰꼬아가씨 생각이 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이란 것인가요..^^

 

 

 

 

 

 

(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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