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사랑의 완성
상태바
용서는 사랑의 완성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영애 수필>

용서한다는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랑은 용서하는거란다. 왜 용서를 택해야 할까? 그건 용서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유익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용서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도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좋은 본을 보이게 되니까.

▲ 어둠속에 인터넷세상과 마주해
개도 안먹는 돈때문에 하나뿐인 외동아들 결혼식에도 참가하지 못했다며 손등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코마루가 찡해나며 눈앞에 뿌연 안개가 서린다. 비록 서른을 넘긴 나였지만 결혼준비는 실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결혼할 적의 그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아리숭한 기억들을 애써 더듬었을뿐이였다. 상점도 너무 돌아다녀 매대 영업원들까지도 날 기억할수 있는 정도였다. 저녁이면 밥도 포기한채 침대에 털썩 쓰러지던 나였다.

동생의 결혼날, 촬영사가 녀성들은 모두 한복을 입으라는 요구를 제출했다. 그 놈의 한복이 결국 불쾌의 씨앗을 싹틔우고 말았다. 빌려온 한복이 어찌 마음에 들랴만 다들 그런대로 입는수밖에 없었다. 유독 고모만은 안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뭐 몸에 안맞는다는둥, 색상이 보기 싫다는둥 하면서 말이다. 고모는 결혼전날에 도착했건만 물우에 뜬 참기름처럼 겉돌면서 동생의 결혼일들을 강건너 불보듯 했었다. 저으기 야속해났건만 그런대로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꾹 참았다. 다들 옆에서 내 눈치를 힐끗힐끗 보면서 고모를 권했다. 자꾸 권하니 성가시다는듯 고모가 음성을 높이였다. 모두들 한복을 입으라는 성화에 고모는 서러운지 마지막에는 눈물코물 쥐여짜며 울기까지 하였다. 한생 친척들과 등지고 살예정인지 동생의 결혼축복을 온 고모의 뜻하지 않은 태도때문에 결혼식의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비껴있었다.

하지만 일이란게 참 묘한 법이다. 친구가 훌륭한 처녀를 소개하라는 말에 고모네 딸 란이가 인츰 머리속에 나타났다. 결국 중매때문에 평생 등을 돌리고 살것같은 고모집까지 다녀왔었다. 중매 떠나기 전날까지만 해도 많이 흔들렸었다. 몇년전 동생 결혼때 있었던 그 어두운 기억들이 막 두껑을 열고 무작정 튕겨나와 나를 한껏 흔들어놓았다. 사람은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고나면 어떻게 보복할것인가를 생각하기가 일쑤이다. 내가 중매선다는 소식을 알고 외할머님이 이국타향에서 전화를 걸어와 고모의 사람됨됨이를 이야기하면서 《중매는 잘 서면 술이 석잔이지만 잘못 서면 뺨이 석대》라면서 일을 신중히 처리하라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글쎄 괜히 더운 밥 먹고 식은 걱정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남에게서 받은 은혜는 아무리 크더라도 쉽게 잊혀지지만 남에게서 받은 상처는 아무리 작아도 오래오래 기억된다는 법이다.

사전에 《보복》이라는 단어가 있다. 허나 보복한다는 자체가 자신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일이예요. 그만큼 기분 나쁜 기억 머리속에 꽉 찍어놓는다는 그 자체가 자신을  괴롭히는 행실이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을 용서하는것만큼 참된 사랑은 없다. 보복은 보복을 낳는 법이다. 용서는 사랑의 완전완미한 완성이다.

이어 외할머님은 인생을 살다보면 때론 상처도 입고 때론 손해도 보지만 서로 헤아려주고 서로 베풀어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의 환한 해살이 되게 살아가는게 바람직한 삶이라고 타이르기도 하였다. 외할머님의 빛나는 말씀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이름못할 홀가분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온 세상이 태양처럼 환해지는듯 했다. 이래서 마음을 바꾸면 인생도 열린다는 말도 있는가부다.

상대방을 보복하는 훌륭한 방법은 너그러운 용서이다.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여서는 안된다. 한 사람을 완전히 리해한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사람을 완전히 리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처지가 되여 살아보아야 하고 그 사람의 마음속만 아닌 꿈속에까지 들어가봐야 할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해주는 너그러운 마음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무언중에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의 인생은 지우개가 필요하다. 먼저 나의 상처를 지워내고 그 다음 다른 사람의 허물을 지워낼수 있는 마음가짐을 키울수 있다면 지워진 상처와 허물우에 새로운 사랑과 희망의 푸른 싹이 또다시 파릇파릇 돋아난다. 용서는 인생의 아름다운 지우개이니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