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식사문화’에 숨은 교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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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식사문화’에 숨은 교제의식
  • 허영섭
  • 승인 2007.10.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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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의 기업세계>

“함께 식사하러 갑시다.”이런 초청은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예외 없이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또는 며칠에 한 번씩 밖에서 타인과 더불어 식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식사’ 뒤에 숨어 있는 중국인들의 문화에 대해서 좀 깊이 생각해 보면 재미  있는 화제가 생기게 되고, 아울러 중국인과의 거래 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 짐작되어 나는 이 글을 쓰게 되었다.

1, 중국인들은 서로 나이 차이가 꽤나 되나 친구라고 서로 호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들은 이를 이해 못한다. 삼촌 벌 되는데, 아버지 벌 되는데 어찌 친구라 함부로 말 할 수 있는가?


2, 동부이모(同父異母) 인 형제와 동모이부(同毋異父)인 형제간 사이를 비교해 보면 한국인 들은 선자가 후자보다 더 친하나 중국인들은 후자가 선자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


3, 어느 한 중국인과 여러 번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하였으나 친해지지를 않는다. 마음을 털어 놓지를 않는 것이다.

위의 예외에도 많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중국인들의 특수한 식사문화에서 초래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생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은 왜서 엄마의 인척과 제일 친한가? 또 왜서 형제간이 친한가? 중국인들의 사유는 아주 명백하다. 물론 이론적 개괄은 하기 어렵지만, 아마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랐고 엄마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부친보다 엄마를 더 가깝게 생각하고 엄마의 인척을 더 가깝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이런 생활 이면에 숨어있는 먹는 문화는 생활과 교제 중에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번에는 나의 사무실에서, 다음에는 너의 사무실에서 여러 번 만났으나 진짜 친해질 수가 없다. 이렇게 열 번 만나는 것보다 함께 밥을 한 끼 먹는 것이 더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지 살펴보면 나이 차이가 많으나 서로 친구라 하는 사이에는, 함께 식사를 많이 하는 사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번 함께 식사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친해지지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함께 식사한 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양식집에서 밥을 같이 먹었다면 이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내 것 내 먹고, 네 것 네가 먹는 과정에 거리가 멀어지는 감정을 자기도 모르게 감촉하게 된다. 너무 고급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 사귀는 중국인의 생활수준 등을 고려하고 그가 일상 다니는 그런 식당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런 환경의 부담 없는 친숙한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가 밥값을 내도 부담이 없는 그런 식당, 내가 돈을 내도 그가 별로 부담으로 생각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가장 좋기는 그런 식당에서 신선로(火锅)를 먹는 것이 좋다. 한 가마 속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꺼내 먹는 것이 가장 친해지는 과정이다. 상대측이 좋아 하는 음식을 자기가 쓰던 젓가락으로 집어서 그에게 준가거나(한국인들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새 젓 가락으로, 또는 젓가락 뒷부분으로 집어 준다.), 그의 그릇 속에 있는 채를 아주 맛있어 보인다면서 좀 집어 먹어 본다거나 이런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몇 번만 거치면 그는 분명히 당신을 친구라 생각할 것이다.


옛날 엽초 피우는 세월 서로 담배를 권할 때 중국인들은 그 친한 사이가 다름에 따라 권하는 방법도 달랐다. 둘 사이 거리가 좀 멀 경우 자기 담배주머니를 그 채로 상대측에게 주면 그가 그 주머니 속에서 종이, 담배를 꺼내 말아 피운다. 좀 친한 경우에는 자기가 담배를 말아 상대측에게 권한다. 아주 친할 경우에는 자기가 담배를 말아 자기가 침으로 종이를 붙인 후 상대방에게 건네준다. 진짜 친구 사이에는 친구가 피우고 있는 담배를 잡아채어 자기 입에 문다.


지금은 권연을 피우지만, 내 권연 갑에서 담배를 꺼내 내가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상대측에게 주어 보라. 그 순간 그는 분명히 친근감의 전율이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물론 이는 서로간의 친한 정도를 파악한 후에 적당한 경우라야만 된다.


술을 마실 경우에도, 내 잔의 술을 상대측에게 부어 준다거나 상대측의 잔에 있는 술을 그대로 좀 마셔 준다거나 해도 역시 친해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그리고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식사 과정에 업무이야기라든가, 또는 도와 달라는 등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한국인들은 거의가 상대측이 필요할 때에만 식사를 같이 하는 습관이 더러 있다. 친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바라고 한자리에 앉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식사 자리에서 상대측의 낯을 보아서 애매한 대답을 한다거나 비슷한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실지 이 한 끼 밥을 헛먹은 셈이다. 그러니 평상시에 기회만 있으면 함께 식사 하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전화로 터놓고 이야기를 해도 일이 잘 해결된다. 이미 친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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