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합군》의 승전
꾸바인의 주먹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어미닭 찾는 병아리마냥 나와 콜롬비아인의 곁에 다가붙어섰다. 꾸바인도 달려들지는 못하고 나와 콜림비아인한테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아마 욕이겠지.)
타이인이 창밑의 밥그릇 넘겨받는 구멍으로 출입국 경비원들한테 류창한 일어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느라 여념없었다. 이때 꾸바인이 타이인곁에 훌쩍 다가서더니 발로 옆구리를 지른다. 풀석 쓰러지는 이빨 빠진 타이령감. 이때 콜롬비아인이 나에게 방가운데 있는 밥상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한다.
무기를 사용하자는 의도였다. 우리 둘은 혼자서는 들수 없는 밥상을 들고 휘두르며 구석으로 꾸바인을 몰고갔다. 꾸바인도 처음에는 이리저리 피하더니 나중에는 힘에 부치는 모양이였다. 빈 구석이 보이자 나와 콜롬비아인은 밥상으로 꾸바인의 허리며 배를 상으로 들이박았다. 쓰러져 배를 움켜쥐고 죽는상을 하는 꾸바인한테 《련합군》들이 무차별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이란인하고 상해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씩씩 거리면서 힘찬 발길을 날렸다. 실컷 패주고야 직성이 풀렸다. 이젠 복수를 한셈이였다.
그제야 경비원 대여섯명이 들어와서 우릴 말리면서 꾸바인을 들어내갔다. 끌리워나가면서도 나와 콜롭비아인한테 머라고 씨벌거린다. 코피 흘리면서 쏘아보던 그 검은 눈길을 지금 생각해도 으스스해난다.
근 반시간 남짓한 동안의 전투끝에 《련합군》이 승리했지만 목단강남자애 내놓고 모두다 정도부동하게 상처를 입었다. 후에 들으니 그 꾸바인은 나보다 하루전에 들어왔는데 마약복용자이고 마약때문에 환각이 생기군 한다는 진단이 났다고 한다. 그날부터 그 꾸바인은 고독하게 독방에 혼자 갇혀있어야 했다.
콜롬비아인은 36살이고 일본온지 4년 되는데 일어수준이 나보다 별로 낫지 않았다. 내가 출입국안에 갇혀있는 동안 우리 둘은 가장 친한 친구로 보냈다. 그곳에 12일간 갇혀있는동안 재미나는 일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일은 팔씨름 경기에서 내가 일등을 했다는것이다. 마침 콜롬비아인은 또 나의 둘도 없는 팔씨름 라이벌이였다. 후에도 여러번 도전해왔고 나도 안깐힘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힘든 경기를 치렀지만 승자는 늘 내쪽이였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잡혀온 사연들을 들어보면 가지가지다. 일본 온지 가장 오래된 복건인은 사복경찰한테 길을 알려주다가 잡혔고 상해인은 역에서 중국말로 전화 받다가 잡혔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다 생김새때문에 검문에 걸려 잡혔단다. 우리 곁방에는 휠체어타고 다니는 방글라데슈인 한명 있었는데 그의 사연을 들어보면 참 기가 막힌다.
원래 한 공사장에서 노가다로 일했는데 사고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리가 절골됐단다. 근데 거북하게도 사장님이 야쿠쟈라나. 사고가 나자 사장이란놈이 그 사람을 병원문앞에 실어다 버리고 출입국에 곧바로 신고해서 치료도 못받고 잡혀왔단다. 출입국신세 진지도 이젠 석달이지만 돈 없어 치료는 커녕 집에 갈 비행기표도 못 사서 집으로도 못가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길림신문/ 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