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이 꽃핀 까닭
상태바
프랑스 문학이 꽃핀 까닭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0.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길우의 수필 74>
   프랑스는 훌륭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근․현대의 소설가만 해도 <노틀담의 꼽추>와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톨 위고(Hugo),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의 작가 뒤마(Dumas), <적과 흑>의 스탕달(Stendhal), <인간희극>의 발자크(Balzac), <보바리 부인>의 플로베르(Flaubert), <비계 덩어리>의 모파상(Maupassant), <목로주점>의 에밀 졸라(Zola), <월요 이야기>의 알퐁스 도데(Daudet),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프루스트(Proust),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제임스 조이스(Joyce), <슬픔이여 안녕>의 사강(Sagan) 등 많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만도 <장 크리스토프>의 로맹 롤랭(Rolland), <이방인>의 알베르 까뮈(Camus), <타이스>의 아나톨 프랑스(France), <좁은문>의 앙드레 지드 (Gide), <테레즈 데케루>의 프랑수아 모리악(Mauriac), <구토>의 장 폴 사르트르(Sartre), <사기꾼>의 클로드 시몽(Simon) 등 많다. 물론 유명한 시인과 극작가들도 많다.


  이런 점에서 금년 4월에 프랑스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여러 명의 저명한 문인들의 기념관과 생가와 묘지 등을 찾아가 보았다.

  기념관이나 생가에는 흔히 문인의 동상(銅像)이나 흉상(胸像)이 있었다. 조각상이나 얼굴 모습을 동판(銅版)으로 부조해 놓기도 하였다. 사진들은 연대별로 전시되고, 인상적인 사진도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작품집과 원고들은 물론, 일기와 서간들, 즐겨 쓰던 용품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책상과 의자, 침대와 소파, 찻잔과 그릇, 모자와 의복과 구두 등도 전시해 놓았다. 살던 지역과 작품무대 풍경의 사진도 게시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 현장을 그림으로 그려 게시한 곳도 있었다. 모두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살며 집필하고, 작품의 무대나 소설 속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묘지에는 문인의 동상이나 얼굴을 부조해 놓은 곳이 많았다. 잠시 살았던 아파트의 입구에는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았다는 동판을 붙여 놓았다. 유명한 문인의 이름이나 작품명을 딴 거리도 있고, 어느 문인이 살던 동네라는 기념표지판을 길가에 세워 놓기도 하였다. 공원이나 큰거리에도 동상과 석상, 기념비와 작품 속 주인공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많은 동상과 조각들 중에 문인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음악가와 화가, 조각가의 것들도 많았다. 파리의 팡테옹 지하묘지에는 근대수필의 비조(鼻祖)라 불리는 몽테뉴의 석관묘가 있었는데 외벽이 온통 조각으로 채워진 작품으로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묘나 동상, 조각상 아래에 꽃다발이나 꽃송이들이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묘지에도 공원의 문인상 앞에도 꽃이 있었다. 존경하고 기리는 마음이다.


  또 놀란 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공원마다 독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뤽상부르 공원 한 지역의 벤치와 의자에는 거의 대부분이 앉아서 혹은 누어서 책을 읽고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문학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인들을 존경하고, 그들이 살았던 집과 지역이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문학을 대화의 주제로 삼고, 문인의 모습과 유품들을 보며 일상을 보낸다. 문학작품 낭송과 음악 연주가 보편화되고, 거리마다 그림과 조각 전시가 계속된다. 연극과 오페라, 영화 관람이 일상화하고, 행사마다 기념 예술품이 창작되게 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프랑스가 어째서 훌륭한 문인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며, 왜 문화의 중심 국가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의 기본인 문학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문화가 꽃필 수 없으며, 문인들을 존경하고 기리지 않고서는 문학도 문화도 발흥할 수 없다. 원고료 없이 글을 쓰고, 책은 공짜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 프랑스와 너무나 대조되는 우리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쓰며 문인으로 존재할 것인가. 소설집 두세 권으로 일 년의 생활비를 받는 미국의 현실을 들으며 문인들 앞에 옷깃을 여민다. ☺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상지대.연변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남한강문학회 회장

 국제펜클럽 이사

skc663@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