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의 行人과 車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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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의 行人과 車를 말한다
  • 려호길
  • 승인 200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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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호길 칼럼 >

세 살짜리 어린애한테 도로에서 행인과 차의 선후관계를 물어보면 서슴없이 차라고 한다. 차가 행인보다 빠르고 거침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두 살 소년한테 질문하면 대답이 달라진다. 차보다 행인이 먼저라는 것이다. 사람 나고 차 났다는 논리다. 과거 우리가 비판하기를 거듭하고 우상하기를 반복한 공자도 ‘논어’에서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는 사람중심의 원칙을 말해주고 있다.
 

연길의 도로를 ‘인’으로 푸는 것은 인간중심의 사회에서 사람이 쇠붙이인 차한테 무시당하고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연길의 교통은 새로운 건설 붐에 맞게 잘 건설되고 있다. 외곽도로로부터 강변도로 부르하통하 다리를 이용한 인터체인지 등이 돋보이고 비록 신호등이 많지만 길이 넓고 사통발달 했다. 또 비걱거리고 덜커덕거리는 차들이 없어지고 제동시스템이 미숙한 경운기엔진을 장착한 農用車들도 적어졌다. 대체로 새로운 도시모습에 걸맞게 길도 차도 모습을 바꾼 셈이다.

그러나 길이 넓어진 것만큼 행인들의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은 아니며 차량의 모습이 새로워진 것만큼 철갑을 두른 운전자들의 행위규범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길이 넓어지고 차선이 많아진 것이 우려스럽고 차에 속도가 붙은 것이 우려스럽다. 전에처럼 사거리에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진짜로 카메라가 몇 대 설치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카메라가 차량의 횡포를 공제한다고 한다. 실제로 연길도로는 도로교통법이 지켜지는 것 같으면서도 안 지켜지는 ‘무중유 유중무’의 몽롱한 단계에 와 있다.

여론은 도로하면 부부싸움에 나그네만 몰아붙이듯 행인들을 몰아붙이기에 급하다. ‘파란불이 켜졌을 때 길을 건너라.’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하지 말라.’ 그러나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을 때 나팔을 치며 주저 없이 행인들을 찌르고 가는 차들의 횡포는 저지하는 사람이 없다. 또 횡단보도신호등의 시간타임이 너무 짧아 횡단보도를 채 건너기 전에 파란불이 빨간불로 변하는 구간도 많다. 행인보고 가다가 죽던가 말든가 하라는 것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구간에서의 무단횡단은 차가 먼저 준수해야 할 사항이다. 연길의 인도는 무료주차장이다. 인도방향으로 세워둔 차는 그래도 보기가 괜찮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차들은 아예 인도를 가로 막은 상태로 주차되어 있다. 그런 차를 대못으로 긁어 흉터를 내고 차바퀴를 펑크 내는 사람이 없는 게 이상하다.

연길차량의 횡포는 그 뿐만이 아니다. 인도를 주행하다가도 행인이 걸리적거리면 피하라고 나팔을 치고 미처 피하지 않으면 침을 튕기며 욕설을 퍼 붇는다. 그러나 여론은 행인의 기본권익은 무시하고 세 살짜리 어린애와 짝짜꿍을 한다. 이런 무식한 차중심의 사회와 어울려 사는 서민들이 심히 우려스럽다. 또 시시비비가 전도된 사회에 길들어져 불평 한마디 못하고 인도의 주정차를 에돌아가는데 습관된 서민들의 저력에 감복하는 바이다.

철갑을 두른 세 살짜리 어린애의 아집을 열두 살 소년이 꺾기에는 벅차다. 물론 교통안전은 행인과 차가 공동으로 준수해야 하지만 도로에서 기동성이 뛰어나고 사고원인이 되는 차량의 교통안전준수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행인들의 원활한 인도 사용을 위하여 인도 주정차 등의 단속을 엄격이 하여야 한다. 또 횡단보도사용의 안전성과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차의 정지선추월금지를 생활화 하며 푸른 등 시간타입을 넉넉히 주어 행인이 횡단보도를 날아가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07년10월16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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