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에 사는 외국인노동자를 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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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에 사는 외국인노동자를 살립시다!”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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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즈클럽, 1천명 외노에게 무료종합건강검진 실시
 - 중병인지 모르고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들... 실태 심각

- 몽골 청년 간경화 중환자... “고향 어머니가 보고싶어요”


“자꾸 다리가 붓고 아파서 병원에 찾아왔는데 간이 아주 나빠서 위험한 상태라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어요. 몸이 아프니까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빨리 나아서 고향가고 싶어요.”


건장한 체구의 몽골 청년 바야라(24)는 한 눈에도 중환 환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간경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이며, 간이식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2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관계자는 귀띔했다.


지난 9월 21일 바야라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사장 김해성 목사)을 찾았다. 다리가 붓고 아파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에 있었던 게 아니라 간에 있었던 것이다. 검진 결과 간경화 중증 환자로 밝혀진 것이다.


올 4월 한국에 온 중국동포 라현성(42 길림성)씨도 간암 환자다. 라씨는 “지난 8월 속이 메스꺼워서 병원에 왔더니 간이 너무 나쁜 상태라고 했다”면서 “중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인민들은 검진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관계자는 20대 몽골 청년과 40대 중국동포에게 건강검진 기회가 있었다면 최악의 상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간병해줄 가족을 그리워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다고 의원 관계자는 말한다.


배은분(46) 간호사는 “한국의 노동자들처럼 매년 건강검진만 받았어도 이렇게 위중한 상태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야라는 불법체류자여서 병원에 가서 검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다수 외국인노동자들이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온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외국인노동자 1천여명 무료종합검진


한 봉사단체가 외국인근로자들의 건강지킴이로 나섰다. 이 단체는 외국인근로자 1천명에게 무료종합건강검진을 통해 생명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민간단체가 1천여명의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최대 규모로, 검진분석 통계자료는 외국인노동자 건강정책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온즈클럽 354-D지구(총재 조남길)는 오는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종합검진센터 ‘한신메디피아’에서 외국인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무료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이번 50만원 상당의 종합검진에서는 폐기능, 심전도, 골밀도, 위장X선, 위내시경, 혈액종합검사 등 20여 분야에 대해 검사한다.


이번 종합검진은 합법,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오히려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게 검진의 초점을 맞춘다는 게 라이온즈클럽의 입장이다. 한 명의 외국인노동자라도 더 위급해지기 전에 발견, 생명을 구하기 위함이다.


라이온즈클럽 회원 300여명은 이날 건강검진을 받게 될 1천명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그들 나라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박람회를 연다. 이와 함께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노래자랑 등 문화한마당을 마련, 다문화 나눔과 생명 살림의 어울림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EBS라디오는 현장에서 ‘사랑해요 코리아’ 공개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남길 총재는 “의료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건강과 보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무료종합건강검진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중대질병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희(목사) 외국인노동자의집 부소장은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최대의 종합건강검진은 외국인노동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면서 정부의 외국인근로자 건강정책에도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한편, 한국 라이온스클럽은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원 상당의 안과 의료시설을 기증한데 이어 한글학교설립 및 운영을 지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다문화어린이마을’과 ‘다문화가정센터’를 건립하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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