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소년은 세계 재패의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룰 터전이 필요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온 한국이 그 터전이었다.
9일 광주 서석고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탁구 고등부 경기. 인천 대표 정상은(17·동인천고·사진)의 3구 드라이브에 상대는 꼼짝도 못 했다. 정상은은 16강, 8강전을 연거푸 3-0으로 따내며 준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 결승전은 10일 열린다.
유승민(삼성생명)·오상은(제주삼다수)에 비하면 아직 낯선 이름. 하지만 ‘정·상·은’ 석 자가 유승민 반열에 올라설 날도 머지않았다. 그는 유승민처럼 ‘신동’ 소리를 듣는다.
한국 탁구계에 등장한 과정도 극적이다. 2005년 초 재중동포(조선족) 정두헌씨는 탁구 명문 동인천고를 찾았다. 정씨는 정상목 감독에게 아들 상은이를 “한 번만 봐 달라”고 했다. 정 감독은 스피드와 기본기, 공격 근성까지 갖춘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횡재를 했다.
정두헌씨는 직접 만든 탁구대에서 아들이 6살 때부터 탁구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예 탁구학교에 보냈으나 중국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정씨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정상은은 2005년 11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입학 직후부터 정상은은 고교 최강자로 군림했다. 정 감독은 그를 삼성생명에 보내 훈련시켰다.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은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 중국 선수처럼 공격적인 탁구를 하는 선수”라며 감탄했다. 벌써 삼성생명에 ‘입도선매’된 상태다.
정상은은 5월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했고, 7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남자 단체전에서 중국을 3-0으로 꺾고 우승하는 데 견인차가 됐다. 남자단체전 우승은 1997년 이후 9년 만이었다.
그에게 전국체전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인이 된 직후 첫 출전이었던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그는 3학년인 고교 최강자 한지민(당시 창원 남산고)에게 1회전에서 졌다. 1년 만의 재기전인 올해 준결승 진출로 동메달을 확보했다. 메달의 꿈은 일단 이뤘고, 메달 색깔만 남았다.
정상은의 꿈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었다. 중앙일보/광주=장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