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작은 모래밭’이 北京 코앞까지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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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작은 모래밭’이 北京 코앞까지 진격
  • 동북아신문 기자
  • 승인 200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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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최전선을 가다>
8.중국(하)-‘천도론’ 불러온 베이징 인근 사막화
허민기자 minski@munhwa.com
2000년 봄 중국에서는 천도(遷都)론이 화제가 됐다.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지와 관련한 논란이다. 천도론의 진원지는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 사천푸(沙塵暴), 즉 모래폭풍의 잦은 습격에 위기를 느낀 주 총리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둘러싼 허베이(河北)성 사막화지역을 순시하다가 토로한 말이다. 주 총리는 그해 5월 사막화를 ‘국민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선언한다. 베이징 시구 경계에서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로 가는 징장(荊江)고속도로를 타고 70㎞를 달리다 화이라이(懷來)에서 빠져 서쪽으로 길을 접었다. 물이 다 말라버린 황토계곡을 타고 20분을 더 가자 갑자기 눈앞에 높이 30m나 되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떡하니 가로막는다.

이곳이 바로 톈모(天漠)사막, 주 총리가 천도론을 떠올린 현장이다. 수도 바로 코앞까지 침범한 중국 사막화의 견본이기도 하다. 한 해 수십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바다링(八達嶺) 만리장성에서는 10㎞밖에 안된다. 바로 뒤에는 장성이 축조된 옌산(燕山)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사막은 계속 덩치를 키우면서 동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한 토박이 노인은 “원래 작은 모래밭에 불과했는데 10여 년 전부터 갑자기 커져 지금은 면적이 1500 무(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1500 무면 대략 1㎢, 10년에 걸쳐 사방 1㎞가 모두 사막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톈모사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베이징린예(林業)대학 쑨바오핑(孫保平) 교수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형성된 사천푸가 베이징에 이르기 전에 산맥을 만나면서 세력이 약화해 이곳에 모래와 황사가루를 뿌려 형성됐다”고 말했다. 즉 톈모사막은 사천푸에 실려‘날아온 사막’이다.

이처럼 만들어진 사막은 이제 인근 마을을 차례로 덮치면서 한 해에 수십미터씩 베이징을 향해 진격한다. 더 서쪽으로 이동하자 날아온 사막의 현장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다. 화이라이의 옛 지명은 사청(沙城), 즉 모래성이다. 과거 이곳 조상들은 사천푸의 통로가 됐던 이곳이 언젠가 모래에 잠길 것을 예견하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수도 사막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이곳은 그러나 지금은 관광지화했다. 사막 입구에는 ‘톈모 자연풍광구역’이란 간판과 함께 35위안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낙타와 말들을 사육시키면서 웃돈을 얹고 사막 구경을 시키는가 하면 언덕 한쪽에선 모래썰매를 즐기도록 꾸며 놨다. 현지 시정부에서 발행한 안내책자엔 톈모사막을 ‘대자연이 연출한 기적’이라고 소개하면서 ‘사막이 주변의 산맥과 수원지 등과 어울려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톈모사막에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1㎞도 안되는 지점에 호수가 펼쳐져 있다. 관팅후(官廳湖)다. 중국 공산화 이후 오랫동안 수도 베이징의 상수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건설 당시 저수용량은 30억 t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도 안된다. 한편으론 사천푸에 실려온 모래가 낙하하면서 호수 바닥을 메우고, 다른 한편으론 호수를 둘러싼 토지가 방목으로 황폐화하면서 토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인근 지역의 사막화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중궈징지스바오(中國經濟時報)의 최근 보도에 따으면 최근 베이징 인근 농촌지역들이 말 사육 증가와 함께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 마을 전체 500가구 중 300가구가 1000여필의 말을 기르고 있다. 말 사육의 급증과 승마를 위한 관광객의 증가로 초원이 급격히 유실되는 것이다.

베이징 시계에서 동쪽으로 40㎞ 지점에 위치한 한 저수지. 관팅후가 사막화와 오염 등으로 저수용량이 급격히 줄어든 뒤 중국 정부는 이곳을 1700만명 베이징 시민의 상수원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이 물도 말라간다. 최대 저수용량은 43억t이지만 평균 저수용량은 그것의 3분의 1에 못미친다.

쑨 교수는 “상수원이 말라가니까 지하수를 쓸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베이징의 지하수 수위는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사막화를 초래하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법률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환경개선에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물을 메마르게 하고 이는 사막화를 초래한다. 어떤 면에서 사막은 물의 다른 얼굴이다. 수도 베이징에서 그걸 보고, 황허(黃河)에서 그걸 확인한다. 과거 찬란했던 문명의 강 황허는 이제 1년 365일 중 절반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 비극의 강으로 변했다. 톈모사막은 인간활동의 비극적 결과로 나타난 동진(東進)하는 사막화의 한 점에 불과했다.

화이라이·어얼둬쓰(중국)=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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